포엠테라피>>오늘 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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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시정일보
  • 승인 2010.12.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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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김하리

김하리 시인

풀들은 저마다 바람에 눕고, 일어서고
춤추는 넓은 평야에서, 나도
같이 일어서고 눕고 춤을 추었습니다

어둠의 깊은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소리
두 손으로, 온 몸으로, 눈으로
당기고, 밀고, 감아올리고, 가슴에
감싸 안는 지휘자, 아프캄을
오늘 밤
나는, 만났습니다
그리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프캄은
베토벤을 불러오고
브람스도 불러오고
드넓은 평야에서, 바다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었지요
사랑하라고 하네요

통통, 물방울마냥 튀어 오르는
햇빛, 출렁거리는 바람들
목을 길게 뺀 대위에 꽃들도 피어나고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지다 끊어지고
그렇게그렇게
온 세상이
사랑에 빠졌습니다
나는 알았지요, 알아버렸지요
나무들이 자라는 이유를
나비들이 훨훨 나는지를
나는, 오늘 밤
사랑하는 남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였습니다

아프캄을
베토벤을
브람스를
사랑으로
온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