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사회의 조건
공정 사회의 조건
  • 시정일보
  • 승인 2011.02.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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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의정 칼럼 / 원 기 복 노원구의회 의장

데이비드 패터슨 미국 뉴욕주지사가 공짜표 5장을 얻어 측근과 아들을 데리고 프로야구 월드시리즈를 구경했다가 약 7000여만의 벌금을 물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뉴욕주 공직자 윤리위원회는 야구 구단은 부동산 개발과 세금 문제 등에서 주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공짜표를 제공하는 것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지난 2006년 당선된 기초단체장 230명중 비리나 위법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이 43.9%인 101명에 이르고 있는 우리 실정과 비교해보면 신선한 충격이고 미국 공직사회에서 요구되는 청렴성과 도덕성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지난 한해 사회 각 분야에 ‘공정사회’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공정사회는 법과 원칙에 따른 자유로운 경쟁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다. 그동안 우리사회가 불공정했다는 역설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토끼해를 맞아 사회 전반에 공정한 경쟁을 위한 합리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청렴도는 전체 180개국 가운데 39위. 청렴도 지수가 높은 국가가 국민소득 순위에서도 상위에 랭크된다는 국제투명성기구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면 선진국 수준의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먼저 ‘학연과 지연을 중요시하는 사회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가 지역주의다. 조직에서도 능력보다는 아는 사람을 우선 끌어주고 밀어주는 ‘끼리끼리’ 경향이 강하다. 각종 이권 개입, 인사 청탁 등 부조리가 생길 개연성이 그만큼 크다.

또 감사기능이 독립되고 전문화 돼야 한다. 지난해 일부 공무원들의 대규모 복지비 횡령사건이 있었다. 오랜 기간 비리가 저질러졌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감시기능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다. 설령 비리가 밝혀져도 학연과 지연에 얽매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감사책임자 외부 영입과 자체감사 결과 공개 의무화 등 감사기능이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법 적용의 형평성’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경범죄 위반이 2년새 5.5배가 늘었다는 경찰청 발표가 있었다. 법 경시 의식이 확산되는 가장 큰 원인은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 따른 이중적 법 적용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엄격해야 할 법 적용이 권력층이나 재벌 등 소위 힘 있는 자에게는 매우 관대하고, 힘없는 서민에게는 엄격한 경향이 있다. 장관 등 고위직 임명을 위한 인사 청문회를 보더라도 법을 더 엄격히 지켜야 할 사람이 오히려 법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법을 어기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을 받는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부조리는 자연스레 사라진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열 명의 경찰이 한명의 도둑을 못 잡는다’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를 악용하려 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전국 지자체 청렴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 청렴도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의 복지비 횡령사건으로 그간 쌓아온 청렴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았다.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부터 지키면 부조리는 저절로 없어진다.
우리는 이제 해가 바뀌어 나이 한 살씩을 더 먹었다. 나이의 무게가 더해지는 만큼 사회 각 분야에 공정함이 자리잡는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