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섹시스타 윤인자의 파란만장 인생역정
원조 섹시스타 윤인자의 파란만장 인생역정
  • 임지원 기자
  • 승인 2011.03.10 14:17
  • 댓글 0

“나는 대한의 꽃이었다”

 

[시정일보 임지원 기자] “6.25가 터지고 대한민국이 북한군의 기습에 밀려 한줄기 낙동강을 방패삼아 마지막 국운을 지키고 있을 때, 가냘픈 여배우 윤인자는 해군의 청을 받아 대한민국 최후의 관기가 되고, 국익을 위한 ‘대한의 꽃’으로 피어난다.”

도서출판 해맞이에서 대한민국 최후의 관기(官妓)이자 영화배우인 윤인자(88세) 씨의 삶을 재조명한 <나는 대한의 꽃이었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북한에서 태어나 식민지 시설 만주를 누비고, 평양으로 들어왔다가 38선을 넘고, 한국전을 이겨내고 서울이라는 폐허 위에서 영화 예술에 헌신했던 윤인자 씨의 삶’을 방송작가 김광휘 씨가 고스란히 그려낸 것. 김광휘 작가는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를 비롯해 MBC 정치드라마 ‘제4공화국’ ‘격동50년’ 등을 쓴 방송작가로 1년에 걸쳐 그녀의 증언을 정리해 세상에 내놨다.

어느덧 미수(米壽)의 나이를 맞이한 그녀의 인생을 김광휘 작가는 “윤인자 씨의 매력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생명력이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얼굴도 모르고 열두 살에 권번에 들어가 열다섯 살에 머리를 얹고 몽뚱이 하나만을 의지해 만주벌판을 가로질렀다. 살아야 한다는 의지와 연기를 하겠다는 신념으로 단단한 외피를 입히고 한방의 권총 탄알이 돼 근현대사를 관통했다”고 압축했다.

한국영화사에 최초의 키스신, 누드신을 선보이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영화배우 윤인자 씨. 그녀는 영화 ‘빨간 마후라’에서 조연으로 출연, 1965년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데 이어 1989년 66세의 나이로 임권택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에 노스님 역을 연기, 대종상 심사위원특별상과 배우 안성기와 공동으로 영화감독들이 뽑은 연기자상을 받은 바 있다. 임권택 영화감독은 “그녀야 말로 우리의 근현대사이며, 우리 문화예술의 살아있는 자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렇듯 영화배우로는 잘 알려진 그녀가 한국전쟁 당시 해군의 간청으로 한국 해군사령관이었던 마이클 J 루시 사령관의 현지처였다는 사실은 생소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그녀는 루시 사령관의 협조를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한의 꽃’이라고 칭송을 받았다. 전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 부인인 홍은혜 씨는 “배우 윤인자 씨는 꽃처럼 아름답던 용모와 배우의 재능을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기꺼이 바쳤다”면서 굴곡 많았던 그녀의 삶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