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월세시대’ 주택 방향 제고할 때
‘전세’, ‘월세시대’ 주택 방향 제고할 때
  • 시정일보
  • 승인 2011.04.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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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택임대차 거래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육박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월세 비중이 이미 전세를 추월했다. 전국에서 월세로 사는 전체 가구도 35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전세를 낀 월세가 16년 만에 23.3%에서 42.4%로 거의 2배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100여년 동안 한국에서 독특하게 번성하던 전세 임대차 제도가 붕괴되면서 보증부 월세(소깅 부전세)를 거쳐 서서히 월세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세는 반세기 이상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큰 축을 이뤘다. 해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임대차제도인 전세는 과연 사라질까. 전문가들은 15년, 1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줄어들다가 결국은 소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정책이 아니라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탄생한 제도여서 그 시기도 결국 시장이 결정할 것이다.
국내 주택, 보급율은 111.9%로 이미 ‘3가구 1주택’을 넘어 통계상으로는 주택 잉여 국가이다. 그런데도 전세값이 연속 23개월째 오르는 파동을 겪고 있을뿐더러 최근 들어 월세 계약이 급증하는 바람에 누구보다도 저소득층, 저학력층이 월세 부담에 눌려 생계비를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거의 해마다 한두 번씩 전·월세 안정대책을 내놓곤 했지만 도무지 약효가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20년간의 전·월세값 상승으로 씀씀이가 줄어드는 바람에 가계 소비까지 위축시켜 경제성장에도 장애물이 됐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제 10년전에 썼던 정책을 조금 손질해 내놓은 식으로는 빈곤층에 주거비 압박만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을 알 때가 됐다.
월세 급증이 몰고 올 계층 간의 양극화 파장을 최소화하려면 주택 보급률 60∼70% 시대에 1가구 4인 가족을 전제로 1가구 1주택 마련을 목표 삼아 만들었던 주택정책의 골격부터 손질해야 한다. 내집 마련의 꿈을 아예 포기한 집단이 존재하는 현실도 챙겨봐야 한다. 우리는 신규 분양보다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과 가격 감시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소형 임대주택을 위한 새로운 설계와 그 가치를 알아야 할 시기다.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돈을 구하기가 어렵기에 집주인 전세보증금을 목돈 마련의 수단으로 살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 시대를 벗어나고 있다. 주택업체와 부동산 펀드 같은 기관들이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대기업이 월세장사를 하도록 길을 터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