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왜 자살할까
대학생들은 왜 자살할까
  • 시정일보
  • 승인 2011.04.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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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임춘식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최근 KAIST 대학생 4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다른 대학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우리나라 20대 사망원인의 40%가 자살일 정도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대생들은 왜 자살할까. 심지어 매년 300명 내외의 대학생이 스스로로 목숨을 끊는다. 대학생 자살은 KAIST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원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 한마디로, 요즘 대학생들은 괴롭다. 대학에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을 위해 학점과 스펙은 물론이요 그 이상의 ‘실력’을 쌓아야 한다. 선후배들 만나 서로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동료들과의 대화와 토론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얼굴을 맞댄 소통과 대화가 절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대학 안팍의 많은 이가 경쟁 위주의 학사운영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근적인 모순의 일부다 인구가 늘고 산업기술이 발달할수록 소외와 경쟁이 심화되고 경쟁에서 뒤쳐진 자의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해 간다. 그 밖의 본능적 욕구에 대한 위협에 직면하고도 방법이나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압도적인 스트레스의 결과로 자살과 같은 부적응의 행동양식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에 만연한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 찾기라는 관점에서 자살의 원인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친 대입경쟁과 과열로 인해 초·중등 교육 과정이 지식과 인격의 함양을 위한 어린이들의 훈육과 학습 과정을 왜곡하고 변질시키고 있다. 특히 대학에 들어가면 수월성과 경쟁력이라는 이름아래, 젊은이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와의 관계아래 세상을 살아가는 ‘관계능력’을 키울 겨를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각종 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는 감소했지만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해 왔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 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3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한 셈이다. 이는 OECD 평균 14.5명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는 까닭이다.


하기야 전직 대통령, 유명 연예인, 행복 전도사 등 명사들의 자살사건이 잊을 만하면 터진다. 질병, ?생활고와 살인적 교육환경까지 겹쳐 하루 평균 자살자가 35명, 한 해 1만 2000명을 넘는 지경이 됐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거의 두 배다. 제아무리 경제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룩해 왔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는 건강한 나라가 아니다.

어쨌든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의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중에서 1위가 바로 자살이다. 실제로 청소년 5명중 1명꼴로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성인보다 높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예를 들어, 12-18세 구간의 청소년들의 자살생각률이 18.5%에 달해 성인 평균 15% 보다 높다. 이들 중 지난 5년간 고교생이 가장 많이 자살을 선택했고 그 다음이 중학생 그리고 초등학생 순서다.

학교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교육의 철학과 방법도 고민하지 않고 오로지 수월성과 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젊은이들을 코너로 몰아세우는 이 나라의 교육현실이 안타깝다. 청소년들은 지나친 입시경쟁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과 학교로부터 충분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정문제, 성적비관, 이성문제, 약물오남용 등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때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절망하기 이전에 소진되고 있다. 미래 한국을 위한 교육 개혁과 제도쇄신을 위해 가정과 학교, 아울러 정부와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
미국의 사례를 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중 정신적 상처를 입은 사람에 대해 ‘전문직 위기 개입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연방의회는 1946년 정신건강에 대해 연구?교육 및 지역 정신건강센터 설립을 지원하기 위한 ‘정신건강법’을 제정했다. 63년에는 ‘지역 정신건강센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이나 약물 남용자 등을 보호?지원할 근거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각급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학생과 주민의 정신건강에 관한 상담 및 치료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생명은 귀중한 것이다. 자살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인성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