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엠테라피/지 문 김준호
포엠테라피/지 문 김준호
  • 시정일보
  • 승인 2011.06.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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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을게다
날 선 바늘 하나
손가락 끝에서 밀어 넣어
내 몸 안에 유영하듯
깊숙이 박혀 있는
이미 오래전 생채기는 아물었지만
끝끝내 없애지 못한 지나온 것들이 있을게다

다운타운 네온사인이 하늘 하늘거리며
이 지루한 혹성을 온통 보라색 하늘로 만들 때 쯤
갑자기
화석처럼 희미해진 바늘 출구를 찾고 싶다
그리고
내 덜컹거리는 손가락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난 이제야 알아챈다

고생대의 삼엽충
백악기의 암모나이트

여전히 내 열 손가락 끝에서 화석처럼 돌고 있는
지난 추억들은
멸종을 거부하며 흔적으로 나에게 재생을 부탁한다

이 지루하고 지루하고 지루한 혹성에서
같이 로켓을 쏘아 올리자며
달콤한 막대사탕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다



김준호
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2011년 행정안전부 주관
제14회 공무원 문예대전 ‘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