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이 간직한 독립운동 역사의 한 페이지
서울역이 간직한 독립운동 역사의 한 페이지
  • 시정일보
  • 승인 2011.09.0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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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김 준 호 서울지방보훈청 선양교육팀

[시정일보]구 서울역사가 지난 8월9일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됐다.

1900년 경성역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른 서울역은 1세기 넘게 우리 민족의 애환과 추억을 간직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식민지 수탈을 위해 열강에 의해 건설됐지만 1960~70년대 경제 성장기에는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상경한 사람들로 붐볐고, 명절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귀성전쟁을 벌이던 곳이다. 또 1980년대에는 민주화 시위의 현장이 되기도 했으니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의 추억을 간직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정치·경제·문화적 기억을 담고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역은 일제 침략기 독립운동의 현장이며 우리 민족의 저항정신을 극적으로 보여준 곳이기도 하다. 1919년 9월2일 64세 노인 강우규는 새로 부임하는 총독 사이토가 서울역에 도착하는 때에 맞혀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일으켰다. 비록 강의사가 목적한 바인 총독 폭살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현장에 있던 일제관리 등 37명의 부상자를 내 우리 민족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강 의사는 의거 후 수백 명의 동포들이 폭탄투여 혐의로 일경에 붙잡혀 고초를 당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경찰에 출두해 의거를 당당하게 밝혔다. 이후 재판정에서도 자신의 안위에 연연치 아니하고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일본인 재판장을 호령하셨던 기개는 일제의 침략으로 실의에 빠진 우리 겨레에게 국권회복을 다짐하는 희망과 용기가 됐다.

형장 앞 낙엽지는 미루나무에 찬 서리가 내리던 날, 강 의사는 유시에서 “단두대에 앉으니 오히려 봄바람이 불어온다”고 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최선을 다한 강 의사께서 생과 사를 초월해 읊으신 이 시에서 머지않아 독립의 훈풍이 불어올 것을 예감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못 다 이루신 의사님의 독립의 꿈은 강 의사께서 일찍이 다져놓은 애국·계몽운동의 기틀 안에서 자라난 후학들이 성취해 냈다.

이렇듯 강 의사의 강한 독립의지가 실천된 서울역에 의거 92주년을 맞아 강의사의 동상이 모셔졌다. 사이토 총독을 향해 폭탄을 던지기 위해 오른손에 폭탄을 꼭 쥔 거사 직전의 모습을 표현한 동상에서 힘차고 당당한 강우규 의사의 기백을 느낄 수 있다. 이로써 서울역 광장을 오가는 많은 시민들이 서울역이 갖고 있는 많은 역사적 사연 중 하나와 잠시나마 우리 민족이 암울했던 시기에 어둠을 깨는 천둥, 번개 같은 거사를 일으킨 강 의사를 떠올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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