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보 철거, 선거공약은 서울시민 우롱하는 공약
한강 보 철거, 선거공약은 서울시민 우롱하는 공약
  • 시정일보
  • 승인 2011.09.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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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강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범야권 유력후보인 박원순 변호사가 23일 “보는 한강을 일종의 호수로 만드는 것인데 없애는 게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야권의 뿌리 깊은 ‘한강전략’에 맥이 닿아 있다. 야권의 전략은 한강을 모델로 시작한 4대강사업이 올해 거의 완공돼 가는 시점에 한강을 다시 옛 모습으로 바꿔 4대강의 허구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특히 박 변호사를 지지하는 좌파성향 시민단체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해왔다.

반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 최고위원과 범보수 후보로 추대된 이석연 변호사는 25일 야권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의 한강 수중보 철거 시사발언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경원 후보는 “보 철거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보를 철거하게 되면 서울시민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취수탑을 옮겨야 하고 옹벽 등도 모두 철거해야 하는데 수조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또 다른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강의 잠실 보와 신곡 보 철거문제는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의 모습과 한강의 기능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다. 범야권 환경단체와 진보진영은 이 두 보를 철거하고, 한강 둔치의 콘크리트를 뜯어내 자연하천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여권에선 지금까지 한강의 대다수 다리와 주변 건축물이 현재의 한강 상태를 기준으로 설계돼 다리붕괴 등의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쟁점은 수돗물 문제부터 모래사장까지 팽팽하다. 1986년 한강 종합개발을 서울시가 진행하면서 잠실대교 아래 잠실 보는 상수원 확보차원에서 김포대교 아래, 신곡 보는 해수역류 방지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건설된 것이다. 만일 잠실 보를 없애면 보 상류 잠실취수장에서 하루 400만톤씩 취수해 1000만 서울시민에게 공급하는 수돗물 생산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보 철거로 수위가 낮아지면 취수구와 취수펌프를 교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신곡 보를 철거하면 수량 확보가 어려워지고, 밀물 때는 소금기 섞인 물이 올라와 농업용수로 적당치 않을 수 있다. 신곡 보가 없으면 서해로부터 잠실 일대까지 올라온 뻘로 한강 수질이 탁해질 위험도 크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한강을 놓고, 즉흥적인 발상으로 서울시민들의 발목을 잡는 ‘한강 보’ 싸움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런 사안은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할 문제이지 시장선거에서 뜬금없는 공약으로 내걸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