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시·도지사 “통합, 또 보따리 싸나”
야권 시·도지사 “통합, 또 보따리 싸나”
  • 시정일보
  • 승인 2011.11.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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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민주당은 2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 시·도지사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야권 통합, 한-미 FTA 등 핵심 혈안에 대안 발언으로 일관됐다. 시·도지사 상당수가 두 문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입장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반란이 일어난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시·도지사들은 통합 자체에는 찬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외부 세력과 합당하는 방식은 안 되고 민주당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또다시 보따리 싸들고 다른 당을 만들 필요가 없다”며 현재 지도부가 후진하는 방식의 야권 통합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송 시장은 “조강지처가 싫어졌다고 옆집 아가씨한테 만나자고 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고 “통합은 민노당 등 진보 정당과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호남권 시·도지사도 반대편에 섰다. 박준영 전남지사도 “만날 선거를 앞두고 통합하고 또 분당하고 하니 호남 당원들이 자존심 상하고 곤혹스러워한다. 제1야당이고 · 정당이라면 정상적으로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통합의 대의에 공감한다.”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연을 넓혔지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야합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도지사들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당 지도부의 강경노선도 비판했다. 송영길 시장은 “‘생존전략’으로서 FTA가 필요하다. 진보 개혁세력이 개방에서 밀리면 역사의 주류가 될 수 없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지금도 옳다”고 하면서 투자자 국가소송제(ISD)와 관련해서도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과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이를 폐기하자는 것은 한-미 FTA를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안희정 지사도 모든 나라와 ISD를 맺고 있지 않느냐며 “미국은 소송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정책의 품질을 높이고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를 선·악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는 것.

이들의 반발은 12월17일 야권 통합신당 전당대회를 연다는 지도부의 방침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어쩌면 이 자체가 어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날 연석회의에서 박주선 최고위원은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 손학규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위법하고 부당한 ‘통합’이라는 것. 지금 통합은 실체가 없는 몇 몇 사람의 정치적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등 ‘혁신과 통합’ 쪽 인사를 겨냥한 것으로 이들은 합당대상이 아니라 복당 또는 영입대상이라는 주장이다. 허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뜻. 간판만 바꾼다고 모두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