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國會
버라이어티 國會
  • 방용식
  • 승인 2011.11.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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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얼마 전 무소속 K의원은 TV 개그프로그램 출연자를 국회의원 집단모독죄로 고소했다. 인터넷에서는 당사자인 K의원이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정말 웃기는 사람은 K의원이라는 비난이 줄을 잇는다.

과거에도 국회의원을 비아냥거리는 유머가 종종 등장했다. 국회의원, 노숙자, 환경미화원이 한강에 빠지면 ‘한강물 더러워질까 봐 국회의원을 가장 먼저 구조한다’는 것은 귀엽기조차 하다. 오죽하면 1990년대 개그는 국회의원 집의 개 이름이 ‘로비’였고, 로비는 ‘종자가 특이해 아무거나 잘 먹고, 병에 걸리면 의원 집의 개가 모두 돌림병에 걸린다’였을까.

국회가 또 한 번 국민들에게 웃음거리가 됐다. 22일 한-미 FTA 표결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의 김선동 의원이 국회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들도 국민들처럼 눈물을 흘려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반응이 참 다양하다. 우파성향 매체들은 최루탄 국회를 세계적인 망신거리라며 비난했다. 대신 좌파계열 매체는 FTA 체결로 경제주권이 넘어갔다고 말하고, 일명 ‘오마이’는 김선동 의원을 백제의 계백으로 포장했다.

물론 그동안 국회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보기 드문 광경은 정말 ‘버라이어티’ 했다. 1966년 9월22일 김좌진 장군의 아들인 무소속 국회의원 김두한은 삼성계열인 한국비료공업의 사카린 밀수와 관련, 정일권 국무총리 등이 앉아 있던 국무위원 석에 미리 준비한 인분(人糞)을 뿌렸다. 1985년에는 여당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철봉이 등장했고, 2007년에는 BBK사건특별검사법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전기톱을 사용해 본회의장 문을 열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공기부양’으로 유명하다.

이 정도 되면 국회는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프로그램 이상이다. 그런데 개그프로그램을 보면 속이 풀리지만 국회발 프로그램에서는 가슴이 꽉 막힌다. 국회의원들은 의사당 위 로툰다(Rotunda)에 부끄럽지도 않은지 궁금하다. 이문열이 평역한 <삼국지> 첫머리에는 ‘정치가 어지러우면 백성이 마음 둘 데가 없어 사이비종교에 의탁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 백성들은 결국 정치와 국회를 파괴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