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기도
소방관의 기도
  • 방용식
  • 승인 2011.12.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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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중앙119구조단 청사 1층 입구에는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詩)가 걸려있다. 이 시는 1950년대 미국의 소방관 윌리엄 린의 글이다. 시는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늦기 전에 어린 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중략)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와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라는 내용이다.

3년 여 전에 처음 중앙119구조단(당시 중앙119구조대)에서 이 시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지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3일 오전 경기 평택시 침대전시장 화재현장에서 2명의 소방관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이재만(39) 소방장, 한상윤(31) 소방교. 이재만 소방장은 열 살, 여덟 살 두 아이를 둔 아빠였다. 한상윤 소방교도 네 살 쌍둥이를 뒀다. 이들 두 명의 소방관은 살날이 훨씬 많은데 화재현장에서 이렇게 순직했다. 영결식장에서 이재만 소방장의 둘째 아들은 ‘아빠가 뭐하시는 분이었는지 아느냐’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물음에 “소방관”이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아빠가 없는 슬픔 속에서도 그는 ‘영웅’ 아빠를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국가와 우리 사회는 이들 영웅에 대한 대우는 영 부실하다. 소방관 3교대 예산을 놓고, 그리고 소방공무원의 목숨과도 연결될 수 있는 장비개선·확충에도 지자체는 예산타령을 하며 시큰둥하다. 고(故) 이재만·한상윤 소방관에게 국가가 해주는 건 단지 훈장 서훈과 특별승진, 국립묘지 안장뿐이다. 훈장도 계급이 낮아 ‘옥조근정’이 주어질 뿐이다. 지난 5년간 업무 중 사망하거나 다친 소방공무원은 1642명(순직 33, 공상 1609이다. 한해 330명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화재·구조현장에서 소방공무원이 사망했을 때만 잠시 그들에게 ‘외형적인’ 관심을 갖는다. 그리곤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기억 속에서 곧바로 지워버린다.

미국에서는 소방관들이 영웅대접을 받는다. 어린이들은 장래희망을 소방관으로 꼽는다. 우리는 연예인이다. 이제 국가에서는, 지자체에서는 우리의 소방관에게 고마워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남은 가족을 돌보아 달라’는 그들의 기도를 들어줘야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졌기(We all owed them)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