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임진년
  • 방용식
  • 승인 2012.01.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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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한 해가 시작됐다. 어제의 해는 오늘, 내일, 그리고 다가올 날들의 해와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해가 바뀌고 첫날이 되면 강박관념을 갖는다.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하지 않으면 어딘가 뒤떨어졌거나 아니면 ‘개념 없이’ 사는 사람처럼 느끼며 뭔가에 쫓긴다. 일부는 2012년이 60년 만에 오는 흑룡(黑龍)의 해라며 이익창출을 위한 머리 굴리기에 열심이다. 임진년의 임(壬)이 검은색을, 진(辰)이 용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국가적으로 변고가 많다고도 하고, 마야력이 2012년까지만 기록돼 있어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 아니냐는 근심도 한다.

우리 역사, 특히 조선왕조(1392~1910)에서 임진년은 모두 아홉 번 있었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임진년은 일본이 ‘정명가도(征明假道; 명나라 정복을 위한 길을 빌리다)’를 내세우며 조선을 침략(임진왜란)한 1592년이다. 1712년에는 조선과 청나라 간 백두산정계비가 세워졌고, 60년 전인 1952년에는 이승만이 장기집권을 획책한 부산정치파동(5월26일)과 우리나라의 첫 시·읍·면 지방의원 선거(4월25일)가 있었다. 그보다 앞서 1412년에는 일본(유구)의 왕이 조공한 코끼리와 그 처리에 대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서양역사 중에는 1532년에 에스파냐의 피사로가 잉카제국을 침략했고, 1712년에는 프랑스에서 루소가 태어났다. 1952년 일본이 미군정으로부터 독립했고(4월28일), 미국은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으며(11월16일), 영국 런던에는 스모그현상이 12월5일부터 9일간 계속돼 4000여명이 사망했다.

특정 역술인들은 임진년은 변란이 많은 해라고 말한다. 물론 역술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조선왕조와 대한민국 시절의 임진년 중 변란이 기록된 것은 두 번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특별한 기록이 없음을 살펴볼 때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평온을 유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2012년에는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고,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누가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며, 어느 정파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 선량(選良)들이야 일반 대중보다야 똑똑하고, 많이 배웠겠지만 2012년 두 번의 큰 선거에서는 염치(廉恥)있는 사람이 뽑혔으면 한다.

새해 첫날을 맞는 느낌은 언제나 새롭고 설레게 한다. 2012년에는 모두 ‘복(福) 짓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대한민국 5000만 국민 모두가 늘 건강하고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