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설날
  • 방용식
  • 승인 2012.01.19 14:58
  • 댓글 0

[시정일보]곧 설날이다. 설날은 한때 구정(舊正)으로 불렸다. 1985년에는 ‘민속의 날’로 개정됐고, 1989년에야 본래 이름인 ‘설날’을 되찾았다. 설날이 구정으로 불린 이유는 일제(日帝)가 우리 민족의 혼을 없애기 위해 양력 1월1일을 설날로 정했기 때문이다. 누천년 간 이어온 설날은 구정으로 폄훼됐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는 근대화, 이중과세 등 논리를 내세우며 설을 쇠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폈다. 그 탓에 이 당시 학생들은 설날아침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나 차례를 지내고, 동네어른들에게 세배를 마친 후 등교해야 했다.

올 설날에는 약 3154만 명이 이동한다고 한다. 국민의 2/3나 된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귀성에 걸리는 시간은 승용차를 기준으로 서울~대전 3시간40분, 서울~부산 7시간10분, 서울~광주 5시간40분 등이다. 연휴가 짧아 귀경길은 더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상고생’을 하면서도 고향을 찾는 데는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에 거주하는데다 이들의 자녀가 자랐을 때 ‘고향’이란 상징이 남아있을까 생각할 때 이런 풍습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랄까. 시대가 변하고, 인심은 달라지겠지만 ‘근원적인’ 인정은 바뀌지 않을 듯싶다.

의식이 습관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습관이 의식을 이루는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고향이 유독 그립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고향을 가지 못하는 사람도 적잖다. 결혼이민여성을 포함해 120만이 넘는 외국인주민이 그렇고, 경제위기로 가족을 떠난 사람들도 고향을 찾지 못한다. 설 연휴에 특별경계근무를 서야 하는 3만7000여 소방공무원과 10만여 경찰공무원, 그리고 60만 국군장병도 멀리서 고향을, 부모형제를 그리워만 해야 할 사람들이다.

시인 김종길은 <설날 아침에>라는 시(詩)에서 ‘(상략)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중략)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중략)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