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편향, 그리고 나꼼수
확인편향, 그리고 나꼼수
  • 방용식
  • 승인 2012.02.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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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대롱 시각’이라는 말이 있다. 둘레가 한 치도 되지 않는 대롱으로 보는 세상이 전부인 양 안다는 것이다. 대롱은 요샛말로 얘기하면 빨대다. 대롱 시각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과도 뜻이 통한다. 장님, 즉 소경은 만지는 부위에 따라 코끼리를 표현한다. 한 사람은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를 기둥 같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코를 만진 사람은 거칠거칠한 커다란 뱀과 같다고, 상아를 만진 사람은 몽둥이 같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고나 판단의 경향성으로도 이어진다. 논리학과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확인편향(confirmation bias)’이 바로 그것이다. 확인편향은 ‘자신들이 믿는 바, 바라는 바, 알고 있는 바를 지지하는 정보는 진위와 관계없이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믿으며, 그것을 지지하는 정보와 근거를 더 찾는 현상’을 말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대학교 다니엘 카네만 교수가 주장한 이 이론은 나심 N. 탈레브가 <블랙 스완>에서 다시 한 번 얘기해 이목을 끌었다. D. 카네만 교수는 “엇갈리는 뉴스가 있을 때 내가 보고 싶은 측면만 보고 기억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인간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을 에둘러 표현한다. 즉 인생에서 행복하려면 자신이 믿는 것과 바라는 것, 알고 있는 것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듣는 탓에 분명한 위험에 노출된다. 변화를 알지 못하고 ‘아~ 옛날이여!’를 떠올리며 ‘옛날의 금잔디’만을 떠올릴 수가 있다.

요 며칠 새 ‘확인편향’은 한 좌파모임에서 도드라졌다. 한 전직 국회의원 석방을 바라며 비키니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의 멘션(언급, 말)에 대해 ‘같은 편’ 인기 여성작가가 여성을 비하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면서 확대됐다. 그러나 논란에도 2곳을 제외한 대다수 여성단체는 아무런 ‘멘션’이 없다. 여당의 K의원, 한때 여당이었던 C의원의 경우와는 너무나 다른 판국이다. <나는 꼼수다>가 자신들과 이념적 스펙트럼이 같아 ‘진한 동료애’를 가져서일까. 아니면 자신들에게 맞는 사실만 보고 듣고, 판단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확인편향’의 문제는 지나친 자기중심적인 주문(呪文) 효과다. 이는 남의 눈에 티는 보면서 내 눈에 들보는 보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게 해 결국 제 발등을 자기가 찍게 만든다. 이는 <나는 꼼수다> 같은 좌파뿐 아니라 우파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