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하, 그리고 民心
미자하, 그리고 民心
  • 방용식
  • 승인 2012.02.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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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 편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 위衛나라에 미자하라는 사람이 있었다. 요즘 말로 꽃미남이었던 미자하는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전갈을 받은 미자하는 허락도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고 갔다. 당시 법률은 허락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면 월형(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에 처했다. 왕은 “효성스러움으로 월형을 마다않는다”며 칭찬했다. 얼마 후 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던 미자하는 탐스런 복숭아를 따 한 입 베어 물다 왕에게 바쳤다. 왕은 “맛있는 복숭아를 자신에게 줬다”며 충성됨을 칭찬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미자하는 늙어 자태를 잃었고, 왕의 총애도 그를 떠났다. 미자하가 처벌받을 일이 생기자 왕은 옛일을 떠올리면서 “저 놈은 옛날에 내 허락도 없이 수레를 탔고, 자기가 먹다 남긴 복숭아를 주기도 했다”고 노여워했다. 여기서 여도지죄餘桃之罪(남은 복숭아를 준 죄)라는 말이 생겼다. 더 이상 기록은 알 수 없지만 미자하는 죽음을 면치 못했을 듯싶다.

여기서 언급된 미자하의 사례에서 우리는 민심民心과 세력은 시시때때로 변할 수 있는 ‘3초짜리’ 단기 추억일 수도 있음을 배우게 된다. 이 같은 금붕어 추억은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 그리고 현실정치 속에서 잘 나타난다. 국회의원 선거를 2달도 채 남기지 않은 요즘 4년 전 ‘폐족廢族’을 선언했던 친노세력이 권토중래, 가장 큰 세력이자 향후 집권세력으로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반면 531만 표차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 측근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중심의 새누리당은 오히려 ‘멸문’을 향해 급전직하 하고 있다. 한쪽은 폐족을, 한쪽은 장기집권을 마음속에 품었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민심의 변화무쌍함이 이를 데 없다.

당 태종의 통치이념을 묶은 정관정요貞觀精要에도 인심과 권력의 향배에 대한 말이 나온다. 위징魏徵은 태종에게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실어 띄울 수 있지만,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君舟也 人水也 水能載舟 亦能覆舟”며 주의를 환기하는 상소를 올렸다. 정치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배를 뒤집을 수’ 있는 민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은 그 물의 속을 알지 못한다. 그 물 역시 깊지가 않아 흐름이 ‘3초’를 넘지 못하고 출렁임도 심하다. 결국 서로를 ‘잘’ 이용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