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여성의 날
  • 방용식
  • 승인 2012.03.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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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공장제적 대량생산은 더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했다. 집안을 지켰던 여성은 물론 아이들마저 돈벌이 현장으로 몰아냈다. H. Arendt에 따르면 혁명은 정치적 자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산업혁명은 초기 자본주의 시절 여성들에게 자유 대신 억압의 대상이었다.

이런 불합리에 항의하기 위해 뉴욕 직물공장 여성들은 1857년 최초의 시위를 벌였고, 1859년 3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1908년 뉴욕에서는 1만500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근무시간 단축, 임금향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1910년 열린 제2 인터내셔널 노동여성회의에서는 독일의 노동운동지도자 클라라 체트킨이 ‘여성의 날’ 행사를 제안했고 1911년 3월19일에는 첫 번째 ‘세계여성의 날’이 치러지기로 결정됐다. 3월19일은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의 영향을 받은 노동자계급의 봉기 움직임에 위협을 느낀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가 여성참정권 등을 약속한 날-물론 빌헬름4세는 약속을 어겼다-이었다. 여성의 날이 현재처럼 3월8일로 바뀐 것은 1975년 UN에 의해서다. 우리나라는 1985년부터 ‘여성의 날’을 공개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여성들은 억압과 피지배의 상징이었다. 가톨릭은 미사에서 여성들에게 수건을 쓰게 한다. 개신교 상당수 교파는 여성 목회자를 금지한다.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달거리는 불결한 것으로 인식돼 종교적 제의에 참석할 수 없도록 배제했다. 우리 생활양식에서도 여성들은 ‘부족하거나, 혐오스러움’이라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계집 여(女)가 들어간 한자는 대부분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음란하거나(淫) 교활하거나(활), 간사하거나(奸) 요사스러울(妖) 때 등이 그렇다.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여성은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을 넘었고 곳곳에서 당당하게 활약하고 있다. 행정부 근무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은 2143명에 이른다. 각종 시험에서는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외무고시 여성합격자는 10년 전보다 3배 늘었고, 9급 시험은 41.5%를 차지했다. 하지만 B. Russel은 “30년 전에는 한 부류의 인류만 불행했는데 지금은 양쪽 부류가 모두 불행하다”고 꼬집었다.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이 사회적 약자가 아닌, 그리고 나머지 인류인 남성도 함께 행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