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진 장수는 용서하지 않는다
경계에 진 장수는 용서하지 않는다
  • 시정일보
  • 승인 2012.10.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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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최근 북한군 병사가 강원도 고성지역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귀순할 당시 우리 군의 경계태세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군은 당시 북한군 병사가 일반전방소초(GOP) 생활관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표명할 때까지 철책이 뚫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 기가차는 것은 귀순 북한병이 앞서 동해선 철도경비대의 출입문을 두드렸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다른 소초로 갔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항상 철통같은 경계태세로 임해야 할 최전방부대가 적군이 귀순을 하러 왔다고 군부대 자체를 헤매고 다녔다는 코미디 같은 현실에 대해 우리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경계초소(GP), 3중 철책, 일반전방초소(GOP)를 지날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없었고 직접 장병생활관 문을 두드리기까지 했다니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정말 우리의 귀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합참에서 확인한 결과 북한군 병사가 소초의 문을 두드려서야 우리 군이 나가서 신병을 확보 했는데도 해당부대의 지휘관은 경계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상급부대에 폐쇄회로를 통해 북한군을 발견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한 군 당국의 발표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물샐틈없는 경계와 정확한 보고는 군대의 기본이며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철책이 뚫리고 허위보고를 일삼은 이런 군을 국민들은 어떻게 믿고 발을 뻗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정승조 합참의장이 국회 국방위 감사에서 “CCTV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거짓답변을 했다. 군의 거짓말은 합참의장까지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우를 범하기에 이르렀다. 군 당국은 해당 부대에서 최초 보고를 그렇게 해와 합참도 모르고 있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어떤 경우든 군 기강의 해이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북한 병사의 귀순 같은 중요 사안과 관련된 보고가 엉터리라면 어떻게 국민이 합참과 군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군이 평상시에도 이처럼 우왕좌왕하는데 일단 유사시 북한의 도발로 혼란이 극심해 질 경우 과연 제대로 상황을 대처할 수 있을지 우리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병법에 “전쟁이 진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진 장수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금과 같이 총체적 안보 공백 상황에 대해 정부는 경계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 관련자는 전원 일벌백계 하고 최전방 철책선 경계근무 방식에 대한 전면재조정 등 전방 지역 경계 태세에 대한 재발방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국방개혁을 하루속히 완성해 관료화된 군을 야전부대 중심의 전투형 선진 강군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