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여성 최고지도자
시청앞/여성 최고지도자
  • 방용식
  • 승인 2013.02.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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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한때 우리는, 아니 우리나라 여성은 북유럽은 물론 스리랑카·인도 등과 같은 저개발 국가를 부러워했다. 최고권좌인 대통령, 총리를 여성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핀란드 타르야 할로넨은 대통령을 2번 맡았고, 영국에서는 ‘철의 여성’ 마거리트 대처가 11년간 총리를 지냈다. 인도에서는 인디라 간디, 스리랑카에서는 베나지르 부토, 필리핀에서는 글로리아 아로요가 총리 또는 대통령으로 활동했다.

현재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줄리아 길라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18명이 한 국가를 이끌어가고 있다. 25일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박근혜 당선인도 우먼파워시대에 힘을 보탠다.

여성 최고지도자가 되는 것은 통상적으로 두 부류로 구분된다. 북유럽과 같이 여권(女權)이 강하며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높고 정치문화가 성숙한 곳은 ‘획득(acquisition)’형으로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여성들이 무한경쟁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쟁취했고, 정치엘리트가 됐다. 반면 저개발 국가의 경우 ‘부여(given)’형으로 이들 나라에서는 부모나 남편, 혈통과 같은 특권적 위치에 따라 자리를 얻었다. 유럽이라 하더라도 영국이나 덴마크 등 군주국 역시 신분과 핏줄로 그 위치를 차지한다.

역사에 기록된 우리나라 첫 여성 최고지도자는 선덕여왕(재위 632~647)이다. 진덕여왕(재위 647~654)과 진성여왕(재위 887~897)이 뒤를 이었다. 신라를 계승한 고려, 유교를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에서는 여성 최고지도자가 없었다. 가부장적 가족체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여성의 역할이 폄훼됐기 때문이다. 선덕여왕 시절에도 물론 그런 인식이 있었다. 당(唐) 태종 이세민의 말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이세민이 ‘너희나라(신라)는 여자를 임금으로 삼아 이웃나라의 업신여김을 받으므로, 내 친척 하나를 보내 신라왕으로 삼아 안정한 후 스스로 지키도록 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런 멸시에도 불구하고 선덕·진덕여왕은 당시 세계 최강국인 당(唐)의 문물과 제도·군사력을 받아들여 백제·고구려를 아우르는 기틀을 다졌다. 반면 진성여왕은 백성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통치자로서 그 역할을 망각했고, 40년 후 그의 후손들은 옥새를 갖다 바치는 망국의 임금이 됐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차례이다. 흥성의 길로 갈지, 쇠락의 길로 갈지는 박근혜 당선인과 그의 주변 사람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