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의정 칼럼/ 복지비 부담에 허리 휘는 기초자치단체
자치의정 칼럼/ 복지비 부담에 허리 휘는 기초자치단체
  • 시정일보
  • 승인 2013.02.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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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운철 동작구의회 의장

 

[시정일보]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촉발된 무상급식 찬반 논란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복지수준의 향상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어느 때 보다도 크게 고조 되었다. 여기에 지난 해 대선을 치루면서 소위 ‘복지논쟁’은 점점 증폭되어 복지공약 경쟁으로 치달았고, 양쪽 모두 정권창출이라는 다급한 목적달성을 위해 ‘나라 곳간’의 사정은 외면한 채 국민에게 너무 많은 약속을 해 버리지 않았나 싶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복지는 형편에 알맞게 시행할 수 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가 국력의 신장만큼 복지의 영역과 크기도 점차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나, 재원의 조달 및 합리적 배분 방안은 반드시 마련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단순 시혜성 복지 보다는 생산적 복지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복지정책의 방향일 것이다.

여기서는 좀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복지정책을 최 일선에서 시행하는 기초 지자체의 입장에서 복지재원의 부담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구조는 국세가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지방정부, 특히 기초 지자체는 직원들 봉급주기 바쁠 만큼 빠듯한 돈을 가지고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복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복지비 부담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가깝게 내가 살고 있는 동작구의 금년도 예산을 살펴보더라도 일반회계 3,071억원의 세출예산 중 무려 45.9%인 1,412억원이 복지예산이다. 재원별 내역을 보면 국비가 464억원으로 33%, 시비가 579억원으로 41%, 구비가 369억원으로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복지예산은 지난 2012년 보다 279억원이 더 늘어나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해 대비 4.7%포인트가 더 증가하였다. 이러한 복지비의 비약적인 증가는 꼭 필요한 다른 분야에 예산을 쓸 수 없게 만들어, 예산안 심사를 하는 의회의 입장에서도 매우 곤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집행부의 효율적인 재정 운용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 불균형하게 짜여진 재원 배분구조의 틀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1.9%에 지나지 않는데, 그나마 지방에 비해 사정이 좀 낫다는 서울의 경우에도 자치구 평균 재정자립도는 47.7%로 50%에도 못 미치고 있고, 우리 동작구는 서울시 평균과 같은 47.7%이다. 지방정부 간에도 기초단체보다 광역단체에 예산이 편중되어 있는데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88.8%로 자치구 평균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서울지역은 재산세와 등록면허세 두 가지 세목만 자치구의 재원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2012년 우리 동작구 순수 지방세 수입은 약 600억 원으로 전체 세입 예산액의 21%에 불과한 실정으로 나머지는 기타 세외수입 및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조정교부금, 보조금 등을 받아서 쓰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재정 배분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내실 있는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법 개정을 통해 기초 지자체에서 징수할 수 있는 지방세의 비중을 높여주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만약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지방교부세나 국고보조금의 비중을 높여서 중앙정부의 재원을 대폭적으로 지방정부에 나눠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가진 중앙정부에서 순순히 법률개정에 응해 주거나 하루 아침에 지방정부에 돈을 풀어 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선적으로나마 복지재원 만이라도 중앙정부의 부담비율을 높임으로써 재정운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 지자체 숨통을 열어 줘야 할 것이다.
돈이 없는 지방자치제는 연료 없는 자동차와 같다. 복지비에 허리가 휘는 기초 지자체에 ‘기름’을 채워 달라. 골목의 쓰레기를 치워야 할 청소차를 기름을 못 넣어서 세워둘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