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사전
상상력 사전
  • 시정일보
  • 승인 2013.04.25 14:33
  • 댓글 0

김동한 주무관( 용산구청 교육지원과 교육기획팀)



[시정일보]근래에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작가를 꼽아본다면 프랑스 대표 인기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아닐까 한다. <개미>에서 시작해 <타나토노트> <뇌> <나무> <파피용> 그리고 <신>에 이르기까지,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매력적인 스토리 전개로 그가 내놓은 책마다 연일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그리 과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의 소설 속에서 매번 인용되어졌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이번에 출간된 <상상력 사전>이다. 어린 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재미나게 읽었던 <개미>에 나왔던 그 새로운 지식 세계를 보여줬던 백과사전. 그것이 여태껏 작가의 지적 호기심과 관심사가 축적되어 백과사전식으로 집대성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날 기대하게 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떠올랐던 생각은 사전답게(?) ‘지나치게 두껍다’, ‘상상력 사전? 과연 어떤 내용일까?’라는 것이었다. 보통 소설가들과는 다른 유형의 소설을 집필해왔고 놀라운 상상력과 함께 뛰어난 상식을 가진 작가였기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책을 막상 읽기 시작하자 처음에 가졌던 걱정과는 달리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이 한시도 지루하지 않게 넘어갔다. 백과사전마냥 제목마다 독립된 내용들은 1~2페이지에 불과했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쉽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과학, 문학, 인류학, 심리학, 역사, 연금술, 처세, 게임, 요리법 등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이야기와 역설로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기억나는 내용 중에 고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고래의 아이큐는 바다생물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포유류 가운데서도 뇌의 부피가 가장 큰 편에 속한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바다에서가 아닌 육지에서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육상에서 생활했던 고래들이 생존을 위해 바다에서의 삶을 택했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해 잃은 점도 많았다. 손뼈가 지느러미로 바뀌게 되면서 도구를 만들 수 없게 되었고 대신 3차원적 바다 속에서 마음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주인공인 이 지구상에 고래가 만약 동반자가 되었다면 지금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생각해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런 독특한 상상력과 다방면의 지식들이 그가 집필한 소설들의 가지가 되고 결국에는 나무가 되었을 것이다. 그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개미 한 마리를 보면서도 그 방대한 개미들의 세계를 써내려갔던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떠올린 영감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문득 삶이 무료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세상이 똑같이 반복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고정되어 굳어버린 것은 아닐까. <상상력 사전>을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동시대에 나도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고 상상력의 원천으로 집필활동에 영감을 주는 세상인 것으로 봐서는 이런 문제의 해결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는 듯하다. 나를 바꾸지 않고는 세상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함이 없으리라. 이제부터라도 가슴 벅차게 멋진 일들을 찾아나가며 살아야겠다는 설렘이 꿈틀거린다.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