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의정 칼럼 / 빈 지갑이 더 무겁다
자치의정 칼럼 / 빈 지갑이 더 무겁다
  • 시정일보
  • 승인 2013.06.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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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욱 성동구의회 의장

 


[시정일보]“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이 말은 빌 클린턴이 대통령 선거 당시 호명했던 구호였다. 그리고 이 선거구호로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현대 정치의 핵심 문제가 무엇이며,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날카롭게 지적한 사례로 많이 인용되곤 한다. 클린턴의 구호는 다른 어떤 공약보다 경제가 더 중요함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듯하다. 이렇든 사실 경제는 이미 삶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서술되는 모든 주장들은 가치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처럼 통용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 크고 작은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을 본다. 2008년 이후의 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의 최악의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속적인 경기부양책과 유로통합에 따른 기조적인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무리한 해외차입을 통한 왜곡된 경제 성장전략과 부실해진 은행들에 대해 국가가 지급보증과 재정지원을 하여 민간채무가 국가로 이전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또한, 인천광역시를 비롯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위기는 단체장의 의지라는 이유로 집행된 선심성 공약들과 투자가치의 충분한 검토 없이 인기영합주의식 사업추진에 기인한다. 집을 가진 가정들이 가난해 진 하우스푸어, 자녀들의 교육비의 과다 지출에 따른 에듀푸어, 젊은 시절 자식들을 부양하느라 노년을 준비하지 못한 실버푸어라는 신조어의 만연은 가정의 수입이나 재정현황에 맞지 않는 무리한 지출에 기인한다. 따지고 보면, 상기의 규모가 다른 세 가지 경제주체들의 위기는 각자의 근시안적인 계획의 수립과 자금지출, 합리적인 판단의 부재에 의해 발생하며 각 경제주체를 형성하는 구성원들의 경제지식 부족에도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국가나 지자체에 속한 구성원들은 외부적인 구조조정으로 극단적인 위기와 혼란에 처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하며, 가장 취약한 가정의 경우에는 가족붕괴 및 해체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우리 국민들은 경제문제들의 본질인 돈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 자녀를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돈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돈을 밝히면 천박하다’고 가르치면서도 부모 자신이 유난히 돈에 연연해하거나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 돈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런 맥락에서 돈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부터 경제교육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학교는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소비자와 생산자로서, 그리고 저축자와 투자자, 채무자로서의 여러 가지 선택에 직면했을 때 다양한 정보를 평가하여 최대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자치단체들은 어린 시절부터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물물교환장터, 벼룩시장 등의 다양한 배움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어릴 때부터 용돈교육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소비, 투자, 저축 등을 경험하도록 한다면 장차 성인이 되었을 때 합리적인 소비생활과 장기적 재무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자립성을 높여 부모로부터 독립을 준비하게 하고, 모자라는 용돈을 해결하기 위한 사고의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깊어지고, 심지어는 기발한 사업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이때의 경험이 실패이든지 성공이든지 자녀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특별히, 우리사회가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려워진 만큼 소외된 가정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관심을 둬야 한다. 이들이 체계적으로 경제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경제활동 참여의 기회를 준다면 이들에게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장차 복지비용 지출 등의 사회적비용의 증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세계 속의 경제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 작지만 실현가능한 목표를 수립하고 참여하는 어린 시절의 다양한 경제활동은 아이들의 잠재력과 에너지를 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장차 우리의 아이들이 경제패권시대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