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빚어낸 쌀뜨물 같은 막걸리를
노란 주전자에 가득 담아
잡초 무성한 고갯길 돌아서면
목젖 모질게도 타올라
뽕나무 그늘에서 한 모금
외딴 느티나무 아래서 한 모금
꽃잎 뜨는 개울가에서 주전자에 물을 채운 뒤
손가락 집어넣어 휘휘 저으며 한 모금
아버지는 알고 계셨을까?
오늘은 고층빌딩 뒷골목 선술집에서
밥보다 더 배부른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켜니
불현듯 철모르던 그 시절이
그리움으로 다가오네
-신안문학 제9집 <철새들의 노래> 중에서
저작권자 © 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