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마을공동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 이승열
  • 승인 2013.08.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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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ㆍ군ㆍ구청장과 마을공동체 사업을 논하다 / 한국공공사회학회 여름학술대회

[시정일보]어느덧 ‘마을공동체’라는 말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마을공동체 육성 및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서울시에서도 지난 2012년부터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공공사회학회(대표 김상돈)가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 2층에서 개최한 ‘시·군·구청장과 마을공동체사업을 논한다’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는 마을공동체사업을 심도있게 고민하며 추진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을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우영 은평구청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최성 고양시장과, 임정엽 완주군수를 대신해 참석한 강평석 군 농촌활력과장은 지역 내에서 추진해 오고 있는 마을공동체사업과 향후 전망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학술대회에서는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왔지만, 시·군·구청장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마을공동체사업은 관 주도가 아닌 주민의 폭넓은 자발적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은 이를 돕는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마을공동체사업은 주민(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환경개선, 함께하는 공동체의 복구, 문화참여 기회의 확대, 경제적 이윤 창출, 행정에의 참여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마을공동체는 단기적인 성과는 불가능하며 장기적인 비전으로 멀리 내다보고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술대회는 김권수 학회 총무이사의 진행으로 정일준 고려대 교수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이어 이찬열 국회의원과 김경호 경기도의회 의장이 인사말을 했고 김상돈 학회 대표는 학회와 이번 학술대회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6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이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학술대회를 기획·총괄한 김상돈 대표는 “마을공동체사업은 근대화와 신자유주의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훼손된 부정적 산물에 대한 성찰적 사업이며 삶의 질 개선, 공공성 증대, 공동체정신 회복을 위한 인문사회학적 사업”이라며 “이번 대회가 마을공동체사업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냉철하게 성찰하고 이념·세대·계층·지역을 넘어선 지속가능한 주민참여 마을공동체사업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은평구 마을공동체로 바라보는 주민참여사업’이라는 제목으로 주민과 함께하는 주민참여예산을 강조하고 주거환경개선을 통한 산새마을 만들기 사례와 교육콘텐츠 사업, 협동조합 설립·육성사업 등을 소개했다.
우선 김 구청장은 은평구가 예산편성과정의 공개를 통한 ‘투명성’, 주민에 의한 예산편성을 통한 ‘민주성’, 열린 참여기회를 보장하는 ‘주민참여’를 모토로 서울시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을 추진하면서 로컬 거버넌스의 모범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37개 사업 약 20억원이 예산에 반영됐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는 지역회의를 통해 발굴한 의제를 주민총회 및 모바일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해 낭비성 예산을 삭제하고 주요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김 구청장은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으로 ‘두꺼비하우징사업’을 소개했다. 은평구의 두꺼비하우징사업은 기존의 전면철거형 재개발사업을 지양하고, 기존 마을의 보존·유지·관리를 위해 물리적 재생(주거환경개선), 사회적 재생(주민공동체 회복), 경제적 재생(지역 내 생산과 소비로 지역경제 재생)으로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사업이다. 김 구청장은 두꺼비하우징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산새마을만들기 사업을 소개했다. 산새마을만들기 사업은 관내 대표적인 달동네였던 지역에 △마을텃밭 만들기 △산새학당 △마을안전지킴이 활동 등을 지원해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 구청장은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단거리 육상이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며 “얼마나 어떤 자세로 기다려 줄 수 있는지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서대문구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들며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선 문 구청장은 “마을공동체의 중심은 주민으로,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진정한 공동체가 구성될 수 있다”며 “행정은 마을에 공동체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추진된 사업은 공감을 얻지 못해 오래가지 못하고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실패 사례로 문 구청장은 관내 개미마을에서 주민 3명이 서울시에 마을북카페를 신청해 선정된 후 서울시의 평가단이 공동작업장을 방문했으나 지역 주민들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항의하고 민원을 제기해 서울시에서 선정을 취소하고 시비는 반납된 사례를 소개했다.

문 구청장은 마을공동체 성공을 위한 정책제언들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마을공동체에 대한 지원은 “돈의 지원보다는 사람의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 공모 시에도 단순사업비 뿐만 아니라 주민의 경험이 축적되고 역량이 강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행정기관의 부서 간 칸막이 행정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부서의 유기적 협조 및 내부혁신을 통한 마을중심의 행정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마을공동체 활동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마을기업·협동조합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의 문제를 비즈니스를 활용해 해결하고 그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말한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희망의 상호작용 ?구로마을공동체’라는 제목으로 구로구의 ‘행복마을 조성사업’을 소개했다.

고척2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철쭉을 심고 이후 철쭉이 필 때 함께 모여 동네잔치를 여는 ‘능골 철쭉제’, 수궁동 주민들의 ‘철로변 방음벽 벽화작업’, 구로1동에서 1년에 두 번 열리는 ‘돗자리음악회’, 오류동에서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열리는 ‘오류골 벼룩시장’, 가리봉동에서 마을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 재현한 ‘측백나무제’ 등이다.

이 구청장은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일부 자치구에서 2010년부터 제기되기 시작했고 서울시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지만 구로구는 이미 2004년부터 동네 자치위원들이 중심이 돼 행복마을 만들기를 진행해 왔다”며 “행복마을 조성사업은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돼 마을공동의 문제를 해결·개선함으로써 주민자치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특성을 반영한 마을만들기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 구청장은 마을공동체의 가치의 중심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사람 한사람의 생각은 개인의 욕구지만 그러한 욕구들이 주위 사람들과 함께하면 모임이 되고 협력자를 만나면 마을사업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이 마을만들기 사업의 주체가 돼 주민 서로가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서 마을일을 함께해 나가고 행정은 필요한 공간과 재원을 지원해 주민의 뜻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마을지향적인 민관협력체계가 구축된다면 마을공동체는 도시의 문제를 풀어줄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주민이 디자인하는 함께Green마을’이라는 제목으로 도봉구가 추진해 온 마을만들기 사업을 소개하고 그 문제점과 성과에 대해 제시했다.

이 구청장은 2010년 민선5기 취임 초부터 주민참여를 통한 마을공동체 회복을 구정의 주요과제로 선정해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마을만들기 업무 전담조직(주민참여팀)을 신설한 과정을 소개했다.

아울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참여 기본 조례> 및 <마을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역주민 공모를 통해 이름을 정한 ‘함께Green마을’이라는 주민참여 마을만들기 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은 이와 같은 사업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으로 △마을만들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학습이 쉽지 않다는 점 △마을만들기 추진단 구성에 있어서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함으로써 공감대 및 신뢰 관계 형성에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 △단기간의 교육과정을 통해서는 역량 있는 마을리더의 발굴·육성 및 자율적인 주민조직으로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점 △역량이 부족한 주민 추진주체가 여러 개의 마을사업을 동시에 추진함으로 인해서 주민참여 과정이 소홀하게 되고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이 구청장은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구청장은 “마을만들기는 단기간에 많은 변화와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작은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만 지속가능해진다”고 말하고 “주민의 관심과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행정이 지원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 고양시장은 ‘고양형 시민참여 지방자치의 성과와 과제’라는 제목으로 시민참여형 마을공동체 사업을 중심으로 한 고양시의 주민자치 과정을 설명했다.

최 시장은 “마을공동체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이 우선되는 사업이 무엇인가, 즉 어떤 것이 시민에게 우선순위이며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라며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해 다수 시민들의 욕구 충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즉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고양시는 ‘지역공동체의 활성화’와 ‘시행정 참여체계의 구성’을 목표로 주민자치를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 시장은 마을공동체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공무원 조직의 이해 부족 △의회와의 갈등 △시민의 무관심 △주민자치 위원들의 인식 부족 △법적 제도적 장치 미비 △국가적 차원 자원 부족 등을 꼽았다.

최 시장은 고양시가 주민이 기획하고 실천하는 주민자치를 바탕으로 사람 중심 자치 우선의 창조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실천해야 할 주민자치 기준으로 △마을조성계획의 제도화 △보행권 실현을 돕는 녹색체계 구축 △자연순환적이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 조성 △공동체적 삶을 위한 협동조합운동 확산 △도시의 역사적 정체성 확립을 위한 고양 600년 행사 기획 운영 등을 꼽았다.

 

해외 출장 중인 임정엽 완주군수를 대신해 발표를 맡은 강평석 완주군 농촌활력과 과장은 ‘농촌활력의 수도 완주군의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사업’이라는 제목 아래 완주군의 마을공동체회사 육성을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강 과장은 “10년 후에는 농촌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 아래 농업·농촌문제를 더 이상 방기할 수 없었다”면서 2008년부터 농업·농촌발전 약속프로젝트를 기획·추진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완주군은 이를 위해 △마을공동체회사 100개 단계적 육성 △로컬푸드시스템 구축 △도농순환사업 △농촌형 사회적 일자리 확대 △생산적 노인복지 등 5대 정책과제를 수립하고 ‘완주형 마을공동체회사’ 육성을 추진해 왔다.

강 과장은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현재 완주군에는 101개 마을회사와 커뮤니티비즈니스공동체 39개소가 활동 중이며, 어르신·중증장애인·다문화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일자리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3000여 가족소농을 로컬푸드 주체로 조직화해 소득을 보장하기 시작했으며 지역사회 기여를 희망하는 귀농귀촌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와 같은 성과로 중앙정부에서 농촌활력사례 및 유통혁신모델로 주목받고 있으며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도 쇄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李昇烈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