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螢雪의 가을
시정칼럼/ 螢雪의 가을
  • 시정일보
  • 승인 2013.09.1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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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논설위원



[시정일보]“글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인격을 채우는 것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가려 읽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맛보고 삼키고 그리고 잘 씹어서 소화하는 것처럼 진실한 대화와 거짓없는 말을 성실하게 주고받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누구나 글을 읽는 계절이 실감나게 된다.
가을은 형설(螢雪)의 계절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반딧불(螢) 빛으로 글을 읽고 눈(雪) 빛으로 글을 읽는다는 뜻으로 형설(螢雪)이라 칭한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인격을 채우는 것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가려 읽고 가려서 말하는 것이다. 맛보고 삼키고 그리고 잘 씹어서 소화하는 것처럼 진실한 대화와 거짓없는 말을 성실하게 주고받는 것이다.

글을 읽어 지식의 재료를 축적할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사색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말을 바로 세워 지식과 분별력을 키워 방대한 힘을 축적하는 것이다. 글을 읽음으로써 말을 살려 자신을 살리고 이웃을 살려서 저속한 말들을 순화시키고 미화시켜 밝고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리라 믿는다. 성실하고 끈기있는 형설의 공으로 글을 읽는 국민이 되어 국권 수호의 능력을 길러 평안과 번영의 안녕을 지향하는 공동체를 이룩해 나가게 되리라 믿는다.

글을 읽는 국민은 힘있는 국민으로서 국민의 정신이 깃든 국어사랑의 국민으로 성장한다. 글 읽기를 즐기는 국민은 힘있는 말을 하면서 깊이 생각하고 되새기면서 성실하고 지혜있는 말을 하게 된다. 성실성을 바탕으로 하는 지혜의 정신에서 발화되는 말을 하게 된다. 성실성은 자신감과 안정감을 얻게 하고 자각성을 촉구하며 자기의 존재가치를 인식하게 한다. 성실성은 지혜에 이르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성실성 없는 지혜는 모래위에 지은 집과 같다. 결국 성실성을 바탕으로 하는 지혜의 정신에서 발화되는 언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공동체가 살려면 먼저 글을 읽는 공동체가 되어 말을 살려야 한다. 공동체의 말이 살면 그 공동체가 살고 공동체의 말이 죽으면 그 공동체는 병들어 소멸하게 된다. 우리는 글 읽기를 즐기는 국민이 되어 우리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막말들을 바로 세워 삶의 공동체를 올바로 살려 나가야 한다. 글 읽기를 즐기는 국민이 이끄는 사회, 경제, 정치, 그리고 문화공동체로 세워 나가야 하리라 믿는다.

형설의 가을은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책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글 읽기를 즐기는 국민의 모습을 상기시켜 주며 우리 모두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게 한다. 우리 삶의 공동체는 국민의 정신에 담긴 국어 공동체이다. 나라사랑은 곧 국어사랑이다. 국어가 살아있는 한 국민의 정신은 죽지 않는다. 올바른 국어를 쓸 줄 아는 사람만이 참 애국자이다. 참 애국자는 우리의 얼이 담긴 글을 즐겨 읽는 국민이 되기 때문이다.
가을 하늘은 높고 맑다. 그러나 그 아래 우리의 현실은 왠지 우왕좌왕 떠들썩한 느낌이다.

형설의 가을을 우러러 차분하게 글 읽기를 즐기는 국민의 자세로 돌아가 분별력을 가지고 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지혜로운 삶의 공동체를 이룩해 나가야 하리라 믿는다.
사)국제기독교언어문화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