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지조는 부귀를 탐하면 잃고 말아
시청앞/지조는 부귀를 탐하면 잃고 말아
  • 시정일보
  • 승인 2013.12.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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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腸者(여구현장자)는 多 淸玉潔(다빙청옥결)하고 袞衣玉食者(곤의옥식자)는 甘婢膝奴顔(감비슬노안)하나니 蓋志以澹泊明(개지이담박명)하고 而節從肥甘喪也(이절종비감상야)니라.

이 말은 ‘명아주를 먹고 비름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얼음같이 맑고 옥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비단옷 입고 좋은 음식 먹는 사람은 종노릇 시늉도 마다하지 않는다. 뜻은 담백함으로써 뚜렷해지고 지조란 부귀를 탐하면 잃고 마는 것'이라는 의미다.

주나라의 무왕이 난폭한 은왕을 정벌했다. 이윽고 천하는 모두 주나라를 섬겼다. 그러나 은나라 백성이었던 백이와 숙제는 그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의로써 주나라의 곡식을 먹을수 없다 하여 수양산에 숨어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주려 죽었다는 사기에 적힌 일화가 있다. 이 시대를 살면서 백이와 숙제 같은 무모할 정도의 의로움을 지키지 않을지라도 자기자신을 처신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의로움만은 간직해야 할 것이다. 권력에 의지하고 부에 아첨하는 무리들을 보라.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치 개나 말처럼 종노릇 시늉도 사양치 않는다. 의지력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인도하는 힘이다.

작금에 들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3일 조사위원회를 열고 대법관 출신 고모 변호사가 대법관 시절에 자신이 판결한 사건과 내용이 같은 사건을 수임한 과정을 조사했다는데 대해 우리는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법 31조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공직에 있을 때 취급한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고 전 대법관의 수임이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면 대한변협에 징계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과거 자신이 재임 중 재판하거나 수사했던 사건의 변호를 맡을 수 있게 하면 판·검사들이 퇴직 후 사건 수임을 노리고 재판·수사에서 어느 한쪽을 배려해 줄 우려가 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재직 때의 사건 수임을 금지한 이유는 수사·재판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대법관은 사법부를 상징하는 최고위직으로 우리나라 사법부의 보루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물론 퇴임후에도 후배 법관들의 모범이 돼야 할 자리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자기 행동 하나하나가 국민이 사법부를 보는 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처신에 대해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