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엠테라피/ 딸내미 (김영식 )
포엠테라피/ 딸내미 (김영식 )
  • 시정일보
  • 승인 2014.01.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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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사이 상심한 달이 걸려 있고
여린 가지가 바람에 흐느낀다
어린 딸아이 얇은 종아리도 떨고 있고
내 가슴은 달빛과 닮아간다

더는 날지 않는 눈더미엔
갓난아이 등에 업고 길 떠나는
내 아이의 얼굴이 쌓여 있다
달이 걸린 가지 옆에 내 맘도 걸린다

딸내미의 어깨가 들썩이고
울음 섞인 인사말에 차마 얼굴을 외면한 채
맘에도 없는 손짓만 등 뒤로 흔든다
속절없는 추운 바람이 눈 속으로 파고든다

가지에 걸린 달에서 온 바람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 옛날 내 아비도 바람이 몹시 분다고 말씀하셨고
애꿎은 날씨만 나무라던 그 모습이 내게서 보였다.

-시집 <우울한 無요일 중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