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연출하는 둔치의 ‘원풍경 재현’이 가장 중요
자연이 연출하는 둔치의 ‘원풍경 재현’이 가장 중요
  • 시정일보
  • 승인 2014.04.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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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리포트 / 서울시 하천 둔치의 이용 실태와 자연성 회복 방안

서울시의 하천 둔치는 자연성이 보전된 구간과 훼손된 구간이 혼재하며, 자연성 보전 구간은 양재천의 식생 활착 및 하도 사행 구간이다. 그러나 불광천이나 도림천 등 도심 구간 둔치는 자연성이 훼손되고 있어 자연성 회복을 위한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

Ⅰ. 서울시 하천 둔치의 현황 및 이용 실태
서울시의 하천 둔치는 도심구간 통과의 특성상 생태서식처의 일부가 훼손되고, 생물 이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양재천의 경우 양서류의 이동을 차단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중랑천의 표범장지뱀 서식처는 감소 위기에 놓여 있다.

양재천은 도심구간을 통과하는 하천임에도 둔치 대부분이 식생으로 덮여 있고, 저수로는 일부 지점을 제외하고는 빠른 물살을 유지하고 있어 생태적인 측면에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수변에 설치돼 있고 곳곳에 징검다리가 놓여 있으며 장애인리프트, 물레방아, 중간산책로 벤치, 연결계단, 간이무대(2개소), U턴 교량(2개소) 등 각종 특이시설이 혼재해 있다. 이들 시설은 하천 생태계를 훼손, 교란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양재천의 자전거도로로 인해 로드킬(roadkill) 등 양서류의 이동이 차단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도곡역 인근에 생태통로를 설치했지만, 통로의 입출구가 막혀 있고 유도펜스가 없어 양서류가 생태통로보다는 자전거도로로 이동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생태통로 내부 또한 토사가 퇴적돼 양서류의 이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

중랑천 창동교-상계교 약 1km구간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표범장지뱀이 서식하고 있다. 길이 1km, 폭 20m에 걸쳐 억새, 달맞이꽃 등 장경초본류의 수경식생이 자라나고 있고 자갈과 모래로 이뤄져 있어 표범장지뱀이 서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이곳도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로 인해 횡적 이동이 제한되고 있어 주로 하천을 따라 종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범장지뱀의 생활 행동반경은 0.1~0.3km로 매우 좁은데, 서식처에 교란과 간섭이 가중되면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될 수 있다. 현재 표범장지뱀의 서식처는 자전거도로에 의해 차단되고 초화류 식재에 대한 흙갈이로 은신처가 훼손되고 있어 개체군 감소가 우려된다.

이렇듯 생태 보전이 필요한 하천 둔치는 친수시설의 설치를 최소화하고 자연성 회복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친수시설을 과다하게 설치하면 수질이 오염되고 생태서식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랑천의 경우, 체육시설이 많은 곳이나 하천가의 주차장을 거치면서 수질 오염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불광천 양쪽 둔치도 자전거도로, 산책로 주위로 운동시설, 음악분수, 터널분수, 수변상설무대, 경사로, 교량, 징검다리 등의 시설물들이 과다하게 설치돼 있었다.

현재 하천주변 체육시설은 이용자 편의 위주로 구간마다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각종 운동시설과 인라인스케이트장, 농구장이 설치되고 자전거도로가 없는 자치구는 자전거도로를 만드느라 콘크리트나 시멘트로 둔치를 포장하고 있다. 친수시설의 설치로 생태서식처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서 사람들도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수질오염으로 생태계가 훼손된 하천을 살리자는 여론이 2000년대 들어 형성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수질 개선, 하천의 건천화 방지, 유지유량 확보, 생태복원 사업 등이 연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런 사업들은 기존 친수시설은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신규 시설의 설치가 과다해지는 것을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

하천 생태계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 권역 하천 둔치의 자연성 회복’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2013년 9월20일에서 10월30일(40일간)까지 양재천, 중랑천, 불광천, 안양천을 방문한 시민 409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조사 결과, 시민들은 주로 건강 유지와 자연을 즐기기 위해 하천 둔치를 찾았다.

둔치 이용횟수는 △주 3~4회가 109명(26.7%)으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으로는 △거의 매일 89명(21.8%) △주 1~2회’ 83명(20.3%) 순으로 하천 둔치가 시민들에게 도시근린공원으로써 역할을 크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목적은 △운동이 295명(72.1%)으로 가장 많고, △산보(80명, 19.6%) △통행로(36명, 8.8%) △모니터링/조사(6명, 1.5%) 순으로 조사됐다. 4개의 하천을 비교하면 중랑천, 안양천, 불광천은 운동 비중이 높고, 양재천은 운동과 산보의 비중이 비슷했다.

둔치를 이용하는 시민의 환경보전 노력에 대해서는 △노력함이 144명(35.1%)으로 시민의 1/3 이상이 하천의 환경보전에 공감했고 △노력 안 함이 12% △매우 안 함이 1.2%로 환경보전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천 둔치 환경의 훼손 이유로는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가 168명(38.9%)으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으로는 △지자체의 관리 소홀(22.2%) △잘 모르겠다(18.8%) △시민들의 음식물, 음료수 반입(15.7%) △과다한 체육시설, 화장실 설치 등(4.2%) 순으로 응답했다.

바람직한 둔치 조성 방향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많은 생물들이 공존하는 생태서식지로 복원된 공간이 241명(58.2%)으로 가장 많으며, △생태공원 조성(17.6%) △체육, 놀이시설 중심의 시민공원(14%) △잘 모르겠다(6.8%) △방재형 둔치(3.4%) 순의 선호도를 나타냈다.

하천 둔치의 자연성 회복이 지역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도움이 된다(195명, 47.7%) △매우 큰 도움이 된다(191명, 46.7%) 순으로 시민들이 하천 둔치의 자연성 회복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천 둔치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필요한 활동으로 △수생식물을 비롯한 많은 생물의 서식처 조성(165명, 45%) △생태공원 조성(30%) △시민의 둔치 이용 활성화(15.7%) △친수시설 설치(8%) △잘 모르겠다(6.8%) 순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대다수의 시민들이 하천환경 보전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환경보전 활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고 있다.

Ⅱ. 둔치의 자연성 회복 방안
둔치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성 회복’을 중점으로 둔치 정비의 기본 방향과 원칙을 세우고 시민사회와 지자체가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에서는 ‘둔치 자연성 회복 활동’의 시민 실천방안을 수립하고, 지자체는 활동 거점공간을 제공하는 등 시민사회 활동의 행정적ㆍ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선 둔치 정비의 기본 방향을 세울 때는 인간의 이용보다는 자연성의 회복에 우선을 둬야 하고, 자연과정에 의해 연출되는 둔치가 가진 원풍경을 재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주변 지역의 생태 복원과도 연계해 단기간에 완성하기보다는 둔치의 교란요인을 제거하면서 변화 추이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종합적ㆍ점진적ㆍ단계적ㆍ구간별 복원계획을 세워야 한다. 둔치를 조성할 때 계획, 설계, 시공의 전 과정에서 생태개념을 도입하고, 역사ㆍ문화적 측면에서 복원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둔지의 토지는 순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되 생태 보전ㆍ복원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해 추진해야 한다.

둔치 정비의 원칙은 지구별로 수립해야 한다. 생태보전지구, 완충녹지지구(유보지) 및 이용지구로 구분해 각각의 특성에 맞게 접근하되 하도로서의 자연성 회복이 실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생태보전지구는 하천 동ㆍ식물의 서식처이므로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인위적인 시설을 배제해야 한다.
만약 접근해야 한다면 학술목적이나 안내자를 동반한 교육, 둔치 관리목적에 한해 허용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완충녹지지구는 이용지구의 연장이 아니라 생태보전지구의 연장 차원에서 접근하고, 향후 생태보전지구로의 편입이 예상되는 곳이므로 가능한 인위적인 시설은 자제해야 한다.

이용지구는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 및 자연학습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고, 과다한 예산이 소요되는 인위적인 시설을 지양하며, ‘시설의 최소화’와 ‘이용의 단순화’로 하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친수지구는 인위적인 시설 설치보다는 친수활동을 위한 공간 제공 위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친수지구는 자연과 인간의 공유공간이므로, 시설물 없이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하천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시설 설치가 필요한 경우, 그 지역의 고유한 자연특성을 잘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을 염두하고 △생태적 지식을 활용한 계획기법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시설 설계 △자연 원리에 위배되지 않는 시공 △자연과의 조화를 위한 운영ㆍ관리 등 각 단계에서 친자연성을 반영ㆍ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적용해야 한다.

또한 수변사고 방지를 위해 수심ㆍ유속이 크거나 위험한 장소에는 친수시설을 설치하지 않도록 하고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김진홍 중앙대학교 교수]



친수시설 설치에서 자연환경보전으로 전환 필요
생태보전지구 동식물 서식처 인간의 간섭 최소화
완충녹지지구는 생태보전지구의 연장선에서 접근

이용지구는 최소의 시설로 친환경적 휴식처 조성


■ 둔치 자연성회복 시민의 역할

시민, 하천정화·오염배출 감시 활동
지자체, 시민활동 행정·재정적 지원



둔치 정화와 하천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시민사회 차원에서 계몽ㆍ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둔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들을 몇 가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둔치의 자연성 회복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하천 둔치의 정화 활동이다. 하천 둔치에 음식물 쓰레기나 담배 등을 버리는 행위, 둔치에서 취사나 음주를 하는 행위는 둔치의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행위를 시민사회 차원에서 하지 않도록 계몽시키고 홍보하되,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분들 중심으로 추진한다면 더욱 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주유소에서의 오염 배출 감시 또한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주유소에서의 오염 배출은 수질 악화뿐 아니라 둔치의 식물을 훼손시키고 서식 동물의 접근을 어렵게 해 생태적인 건강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강우 발생 시 집중적으로 오염을 배출하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ㆍ단속 역할이 강조된다.

또한 하천 둔치에 돼지풀, 환삼덩굴, 도깨비가지 같은 위해식물이 빠른 생장속도로 자라나 수변 경관을 해치고 고유종ㆍ재래종 수변식물의 생육을 방해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므로, 둔치 생태계의 균형을 위한 시민사회의 ‘위해식물 제거 활동’이 필요하다.

인공호안에는 수변식물의 식재가 필요하다. 하천 둔치의 저수로 사면은 콘크리트블록이나 석축과 같은 인공호안으로 조성돼 있기 때문에 식물 성장이 불가능해 훼손되기 쉽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훼손이 예상되는 인공호안의 일부 지점을 떼어내고 이곳에 수변식물을 식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인공호안에 수변식물을 식재하는 활동은 중랑천이나 전주천 등에서 하천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지속돼 왔으며, 이제는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위해식물 제거는 시민사회에서 담당하고 수변식물 식재는 시민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위해식물 제거시 활동은 시민사회가 하되, 필요한 행정적ㆍ재정적인 지원은 지자체가 담당하면 될 것이다.

둔치에 오락시설이 과다하게 설치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한 홍보활동을 해야 한다. 공연장, 매점, 음료수 자판기, 화장실 등이 과다 설치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쓰레기 투기와 오염배출을 불러와 둔치의 자연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연보존을 위해 오락시설의 과다 설치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한 시민사회의 홍보ㆍ계몽활동도 필요하다. 쓰레기는 지정된 곳에 버리고, 화장실 오염수는 하천에 유입되지 않도록 유지관리에 철저하도록 권유해야 한다.

둔치 생물서식처의 보전을 위한 홍보활동이 필요하다. 양재천 하류 지점의 습지와 중랑천 표범장지뱀 서식처 등 생물서식처 보전 가치를 널리 홍보하고, 양서류 등 생물의 이동이 쉽도록 생태통로를 조성해줘야 한다. 생물서식처의 보전을 위한 홍보활동은 시민들에게 환경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므로 시민사회가 담당하고, 보전 활동은 지자체와 공동으로 시행하면 된다.

목표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실천방안을 수립하고, 지자체는 행정ㆍ재정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둔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면 거점형ㆍ풀뿌리형ㆍ공동체형 거점공간인 유역참여센터나 하천정보센터, 하천교육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시민들은 여기에서 △둔치정화 △수질개선 △서식처 보전 등의 홍보ㆍ계몽을 위한 시민실천방안을 수립하고, 둔치의 자연성 회복과 관련된 문화활동을 활성화해 ‘마을공동체 르네상스’를 실현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지자체는 시민사회의 활동거점 공간을 제공하고 활동인원 보강, 활동비 지원 등 행정ㆍ재정적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환경체험교육 활성화를 위한 하천습지 해설사ㆍ모니터링단ㆍ계도 및 감시ㆍ주민네트워크 활동 등 주민 마스터플래너를 양성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