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은 담백해야 뚜렷해져
뜻은 담백해야 뚜렷해져
  • 시정일보
  • 승인 2005.04.0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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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藜口현腸者(여구현장자)는 多氷 淸玉潔(다빙청옥결)하고 袞衣玉食者(곤의옥식자)는 甘婢膝奴顔(감비슬노안)하나니 蓋志以澹泊明(개지이담박명)하고 而節從肥甘喪也(이절종비감상야)니라.”
이 말은 명아주를 먹고 비름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얼음같이 맑고 옥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비단옷 입고 좋은 음식 먹는 사람은 종노릇 시늉도 마다하지 않는다. 뜻은 담백함으로써 뚜렷해지고 지조란 부귀를 탐하면 잃고 마는 것이란 의미이다.
주나라의 무왕이 난폭한 은왕을 정벌했다. 이윽고 천하는 모두 주나라를 섬겼다. 그러나 은나라의 백성이었던 백이와 숙제는 그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의로서 주나라의 곡식을 먹을 수 없다하여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주려 죽었다. 이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기에 적힌 이야기이다.
이 시대를 살면서 백이와 숙제같은 무모할 정도의 의로움을 지키지 않을지라도 자기자신을 처신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의로움만은 간직해야 할 것이다.
작금에 지방자치법 개정 논의를 보면서 우리는 각자 자당의 이익과 합치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진정 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려는지 우리는 여야정치권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이 나라의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사심없이 개정할 때 훗날 그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직시했으면 싶다.
눈 앞의 이익보다는 먼 국가 장래를 생각하는 그런 자세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인의 자세라 여겨진다. 오는 6월로 지방자치 10년을 맞는 이 시점에 여야와 지자체 학계는 모두가 하나되어 진지한 자세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지금까지의 공과를 냉정히 평가해 그것을 바탕으로 보다 근본적인 지방자치의 발전방향과 그 개선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