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 ‘수사권’ 놓고 난상토론
검찰·경찰 ‘수사권’ 놓고 난상토론
  • 시정일보
  • 승인 2005.04.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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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조정위원회 공청회 지상중계=

■경찰 “상명하복아닌 대등한 권한을”VS ■검찰“자율성 주되 형소법 개정 안돼”


사법기관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검·경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위원장 김일수 서울대학교 법대교수)가 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공청회를 열어, 그동안 논의한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지만 검찰과 경찰 측 인사들이 기존 자세에서 물러서지 않아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검찰과 경찰, 시민단체 관계자 등 700여 명이 대거 참석해 열기를 입증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사권 독립 주장은 양 기관의 세(勢) 싸움이 아닌 국민의 인권향상 차원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말해 경찰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허준영 경찰청장은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고, 경찰이 이를 따르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다”면서 “수사권 독립은 인권이 강물처럼 흐르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반박했다.
경찰 입장발표자로 나선 김학배 경찰청 기획수사심의관은 “검·경 관계를 지휘복종관계로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은 시대적 요구로 이들 조항을 그대로 둔 채 미봉적 해법을 찾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을 회피하는 것이다”면서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제196조 개정을 요구했다. 김 심의관은 이어 “경찰과 검찰도 헌법정신에 따라 바로 설 수 있어야 한다”며 “수사구조가 구시대적인 가치와 이념의 틀에 얽매여 있는 한 수사에 있어 견제와 균형을 통한 인권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와, 분권과 자율을 통한 발전이라는 시대적 가치구현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입장발표자인 김회재 대검찰청 수사정책기획단장은 “검사의 수사지휘대상은 전체 경찰관 15만여 명의 10.8%인 6211명에 불과하고, 검사 수사지휘는 경찰수사의 합법성을 보장하고 효율성과 통일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며 <형사소송법> 제195조, 제196조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또 경찰의 수사권 독립주장을 △치안과 사정의 독점 △국민의 권익을 도외시한 이기주의 △검사지휘배제를 통한 행정경찰의 사법경찰 장악 등으로 지적했다.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




찬성: 검-경, 대등·협력관계로
(서보학 경희대학교 교수)


서보학 경희대 교수
현재의 수사구조, 즉 검찰에 의한 수사권 및 기소권의 독점, 검찰·경찰관의 ‘상명하복’식 종속구조는 단순히 양 기관의 갈등원인만이 아니라 수사권의 부실행사 및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인권보장 약화 등 부정적 결과를 낳는 원인이 된다. 특히 소수의 엘리트 검찰(약 1700명)에 의한 거대조직 경찰에 대한 지배·조정은 민주적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정치권이 검찰을 장악하고 다시 검찰을 통해 경찰을 장악함으로써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양 수사기관이 형사사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상실하고 정치권의 ‘연장된 팔’로 전락한 결과를 낳은 게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검찰·경찰간 합리적인 수사권 배분문제는 양 기관간의 일방적인 지배종속관계를 수평적, 균형적 관계로 바로 잡음으로써 권력기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의 남용을 막고 사법정의를 실현하며 인권을 보호하는 법치국가적 형사사법의 기본이념을 실현하는 것과 관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검찰·경찰간 합리적인 수사권 배분은 수사현실과 법제도의 불일치 제거,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통한 민주주의 및 법치국가이념의 실현, 수사권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법정의의 실현,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한 피의자의 인권보호, 사법경찰조직의 발전 등을 위해 반드시 성취해야 할 형사사법 분야의 중요한 개혁과제 중 하나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형사소송법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핵심은 <형사소송법> 제195조에 사법경찰관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하는 것과 제196조의 지휘관계를 협력관계로 개정하는 것이다.


반대:수사권보다 수사경찰 독립이 우선
(정웅석 서경대학교 교수)


정웅석 서경대 교수
수사권 독립이나 조정문제는 검찰과 경찰이라는 양 기관 사이의 권한배분이나 권한쟁취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보호 및 권익과 편익제고 차원, 즉 국민의 입장에서 그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경찰의 권한이 비대화하고 실제수사에서도 문제점이 많은 현실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권마저 배제될 경우 국민의 인권보호나 실체적 진실발견에 커다란 장애를 초래하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충돌 등으로 국가수사체계의 총체적 난맥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이 제대로 독립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율성 확대에 따른 검증된 보완책도 없이 과도하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국민의 인권보호에 오히려 역행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또 경찰주장대로 검사와 경찰이 대등협력관계로 나아가려면 그 전제로서, 사법경찰을 행정경찰로부터 분리해 별도의 수사기구를 신설하고 사법경찰의 권한이 대폭 축소돼야만 한다. 그럴 때만이 사법경찰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경찰의 권한남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 날로 비대화해 권한남용의 우려가 높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보다는 ‘사법경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급선무다.
우리가 수사권 독립과 관련,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로 위험하며 결국 그 몫은 고스란히 국민의 인권침해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