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도시 서울 만드는 ‘녹색 전사’
생태도시 서울 만드는 ‘녹색 전사’
  • 시정일보
  • 승인 2005.04.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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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도시국
6월 개장하는 서울 숲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생활권 녹지 100만평 늘리기사업’의 핵심이다. 사진은 지난 4월5일 식목일에 기념식수를 하는 시민과 이명박 서울시장.
지방자치가 본격 도입되기 전인 1988년 5월 ‘지방자치 속으로’를 기치로 걸고 창간한 본지는 독자들의 성원으로 지방자치 발전과 정착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됐다. 창간 16년을 맞았던 지난해 본지는 연중기획으로 ‘시울시정 본격탐사’라는 기획을 마련, 서울시 본부겱?국 탐방을 통해 서울시정을 1030만 서울시민에게 알렸고, 그 기획의 중요함과 규모의 방대함으로 해를 넘긴 올해에도 그 일을 계속하려 한다.
14조원이 넘는 예산과 4만7000여 명에 달하는 거대 행정조직인 서울시 본부국의 조직과 예산, 주요업무를 알아보고 이를 시민들에게 펼쳐 보여 서울시정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높여 본지에 부여된 사명, 즉 ‘지방자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다.
이번 호는 ‘녹색 서울건설’을 통해 다양한 생물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푸른 도시, 서울’을 만드는 데 열정을 다하고 있는 푸른도시국을 찾았다. <편집자주>


















서울이 변하고 있다. 운동장과 미니 골프장만 덩그러니 있던 뚝섬에는 35만평의 서울 숲이 들어서고, 오가는 자동차 사이에서 질식할 것만 같던 서울시청 앞 분수대는 서울광장으로 모습을 바꿨다. 청계천 위 고가도로는 이미 철거돼 쪽빛 물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민선3기 서울시정에서 두드러졌다.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던 개발우위시대. 그 시대를 앞에서 이끌었던 서울시가 사람만이 아닌 생태를 생각하고, 보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 선두에 선 곳이 바로 서울시 ‘푸른도시국’이다. 이제 겨우 100일 남짓한, 이 생소한 조직이 다양한 생물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푸른 도시 서울’을 만들어 나가는 실체다.


작지만 ‘하는 일은 많다’


생년월일 2005년 1월5일. 푸른도시국은 이제 백일이 조금 지난 신생아다. 현장을 관할하는 사업소(녹지사업소, 남산공원관리사업소,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 등 3개 사업소 258명을 포함하면 340명)를 제외하면 소속 인원이 82명에 불과하고, 자연생태·공원·조경과 등 3개과와 민주공원조성추진반으로 이루어진 ‘미니’조직이다. 명칭도 행정기관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푸른도시국’이다.
그러나 푸른도시국은 ‘하는 일’이 많다. 아니 중요하다. 서울시민들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원과 녹지관련 업무를 다룬다. 출범이유도 개발과 공원의 단순관리 차원이 아닌, 친환경적이고 녹색도시 구현을 위한 ‘Green Seoul’ 건설과 훼손된 자연생태계 회복에 있다. 푸른도시국은 ‘서울을 푸른색으로 물들이겠다’는 열정으로 △생활권 녹지 100만평 늘이기 △도시자연생태기반 구축 △다양한 공원축제와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을 정책방향으로 삼고 있다.



생활권 공원 녹지 확충


장충지구 시냇물
2004년 기준으로 서울시의 공원녹지면적은 157.83㎢. 그러나 서울 외곽 산들이 공원녹지에 포함되는 것을 감안할 때 생활권 녹지는 1인당 4.64㎡에 불과하다. 이는 런던이나 베를린의 1/4수준이고, 파리나 뉴욕의 절반이다.
생활권 녹지 100만평 늘이기는 이 같은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우선 서울 숲이 이 사업의 대표주자. 성동구 뚝섬지역에 들어서는 서울 숲은 6월 완공예정이다. 2352억5900만원의 사업비로 야외무대와 숲 속 놀이터, 야생초화원, 조류관찰대 등이 조성된다. 또 중랑구 봉화산근린공원 등 13개 사업에 28만㎡의 생활권 조성을 추진하고, 장기미집행공원용지보상사업도 38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구로구 항동에는 10만㎡의 푸른수목원을, 중랑구 망우동에는 12만8000㎡의 나들이공원을 2007년까지 만들 계획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녹화시책도 적극 추진된다. 200억원을 들여 ‘1동 1마을공원’을 조성하고, 110개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공원화사업을 시행한다. 이들 학교에는 담장개방과 생태연못, 옥상녹화, 자연학습원 및 쉼터가 조성돼 지역주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지역거점공원’으로 역할하게 된다. 또 작년부터 추진해 지난달 완성된 한국외대 등 5개 대학의 담장개방에 이어 올해에는 고려대학교 병설 보건대학, 연세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등 7개 대학에 38억원을 투입해 담장개방녹화사업을 벌인다.
푸른도시국은 이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올해 1인당 4.68㎡인 생활권 공원녹지면적이 2006년 4.92㎡, 2007년 4.93㎡로 확충되고 가로녹시율도 올해 15.35에서 2006년 16.1%, 2007년 16.9%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도시 자연생태기반 구축


자연생태가 뛰어난 지역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한 사업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이와 관련, 현재 8개소인 생태계보전지역을 내년에 12곳으로 확대하고 서울시와 녹지사업소, 서울대공원관리사업소, 23개 자치구 등 26개 기관에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응봉근린공원 등 13곳 24ha에 6만여 그루의 나무를 식재하는 도시생태림조성사업과 육림사업에도 27억7200만원을 투입한다.
훼손된 자연생태계 복원을 위해 문정동철도부지 공원화사업을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우선 1단계로 2006년까지 문정동철도부지 가로공원을 확대하고, 2009년까지는 장지근린공원∼성내천 외곽순환도로 하부 녹화사업 및 문정도시개발지구 중심녹지를 문정근린공원으로 연계해 한강∼탄천∼문정동근린공원∼성내천∼한강을 연결하는 ‘환상(環狀)형 녹지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도로로 단절된 동작구 사당동 관악산∼까치산근린공원, 중구 신당동 매봉산∼금호산공원 등을 연결하고 서울 근교 산의 훼손된 등산로를 정비하는 한편 남산, 청계산, 용마산 등 11곳에 만남의 장소(Meeting Point)를 설치한다.
생물다양성 증진을 목표로 남산, 인왕산 등 서울 근교 산에는 생태연못 54개소가 5월까지 조성된다. 이 사업은 생물서식공간을 확보하고 마른하천(乾川)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2억7000만원이 소요되며 남산에는 창동천계곡 등에 14곳, 인왕산에는 백운동천계곡에 8곳, 북악산에는 삼청동천계곡에 8곳, 북한산에는 성북천계곡 등에 26곳의 생태연못이 들어선다. 이밖에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부터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3.3km(59만1407㎡) 구간이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된다. 이 곳은 한 해 평균 황조롱이, 청둥오리 등 21종 4796마리의 철새가 관찰된다. 푸른도시국은 청계천 복원공사 준공에 맞춰 올 9월까지 자전거도로 선형을 조정하고 갈대, 억새 등으로 완충지역을 조성하는 등 철새관찰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편안하고 다시 찾는 공원


이대부속초등학교 공원.
앞으로 공원관리가 이용차원의 관리로 전환한다. 이는 최용호 국장의 ‘공원은 문화’라는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 국장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공원관리가 이용자 중심이 아닌, 행정기관 중심의 유지관리였다. 그 결과 시민들이 공원을 외면하게 됐고, 시민이 찾아오는 프로그램 개설 등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4년 공원이용 시민만족도는 61%.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다. 푸른도시국은 이런 분석에 따라 2007년까지 시민만족도를 69%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하고 다양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먼저 공원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인다. 어린이대공원과 보라매공원에 각각 367억원과 257억5900만원을 들여 출입문, 판매시설 등 시설물을 재조성하거나 정비한다. 또 보라매공원, 시민의 숲,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 등 4개 공원에 6월까지 전기 작업차량 및 순찰용 전기오토바이를 도입하는 한편 1480개 서울시내 공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공원손해배상보험’에 가입할 예정이다.
공원별 특성에 맞는 다양하고 풍성한 공원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재 운영 중인 공원프로그램은 1월 썰매축제, 2월 얼음조각축제, 3월 봄맞이 개구리마당, 4월 나무사랑축제, 5월 봄꽃축제, 6월 산림문화대축제, 7월 여름자연캠프, 8월 이색공원체험축제, 9월 한가위달맞이축제, 10월 월드컵공원 억새축제, 11월 남산 소나무축제, 12월 어린이대공원 소망트리축제 등이다.
여기에 남산공원과 길동생태공원은 생태교육프로그램을, 낙산공원과 여의도공원은 역사 및 예술프로그램을, 월드컵공원과 여의도공원은 환경체육프로그램을 육성하기로 했다. 또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해 월드컵공원과 길동공원에는 장애인생태학교를 여는 등 시민 모두가 공원을 즐겨 찾도록 할 계획이다.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





인터뷰 / 최용호 푸른도시국장

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서울’ 건설


최용호 푸른도시국장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크게 훼손된 서울의 자연생태계를 회복하는 게 절실합니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푸른도시국이 신설됐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생태도시 서울’을 건설하기 위한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녹색 생태도시 서울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최용호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사진>에게는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이는 대한민국 성장을 이끌어 온 서울시가 지금까지의 명제였던 개발대신 환경을 우선하는 ‘Green Seoul’을 선언하고 나서부터다. 최 국장은 “푸름이 없는 도시는 건강할 수 없다”는 말로 그에게 지워진 소명을 표현했다.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사실 최용호 국장은 서울시에서 ‘내로라’하는 공원녹지 관련 전문가다. 1980년 고려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제16회 기술고시에 합격, 서울시에 첫 발을 디딘 후 조경과장과 녹지과장, 공원녹지관리사업소장, 공원녹지기획단장 등을 지냈다. 남산 제 모습 찾기, 여의도공원 및 월드컵공원 조성, 1동 1마을공원 조성, 서울 숲 조성, 가로수 다양화 등 공원녹지 관련 큼직한 사업은 그의 손길을 거쳤다.
-출범 100일을 맞았다. 소감은.
“(벌써 그렇게 됐나)100일 동안 많은 일을 했다. 지난 1월5일 출범했을 때 직원들에게 ‘예산타령 하지 말라, 정 안되면 푸른색 물감이라도 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처음 구성된 조직이기 때문에 예산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한 대로 하면 내년에는, 그리고 해가 갈수록 더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출범 의미를 설명하면.
“친환경적인 녹색도시 구현을 위한 ‘Green Seoul’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자연생태 보전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됐다. 환경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서울은 그동안의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됐다. 푸른도시국은 자연생태계 회복을 위한 일과 기존 업무인 공원녹지의 양적·질적 확충과 우수생태지역 보전 및 관리, 생물서식 공간 확충 및 생태녹지축 연결 등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보유한 생태도시 서울로 발전시켜 나가는 일을 맡고 있다.”
-올해 역점사업은.
“6월 뚝섬에 서울 숲이 문을 열고 10월에 청계천이 복원되면 도심 생태계에 여러 변화가 있을 것이다. 생활권 녹지 100만평 늘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을 푸르게 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1동 1마을공원, 중랑구 나들이공원, 구로구 푸른 수목원 조성 등 지역별 사업과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많은 녹지를 만들 수 있는 학교공원화사업 및 대학교 담장녹화사업 등도 꾸준히 벌여 나가겠다. 또 ‘끊어져’ 기능하지 못하는 생태녹지축을 연결하고, 생물의 서식 공간을 조성해 멸종위기에 있는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생태복원이나 생물 다양성 회복은 구호와 시범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고 보는데, 시민참여제고를 위한 계획은.
“먼저 생태나 동식물이 왜 중요한지 시민들이 알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따라 다양한 생태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보전위주로 관리하던 8곳의 생태계보전지역의 경우 생물모니터링에서부터 제한적인 학습프로그램까지 시민과 함께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여름철부터는 시민이 직접 교육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뵐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 운영이 어느 정도 실현되면 좀더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소규모 생물서식공간을 시민과 만들고, 가꾸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쉬거나 즐길 수 있는 공원이 부족한데.
“서울시의 실질적인 생활권 녹지면적은 1인당 4.64㎡로 런던(24.15㎡)이나 베를린(24.5㎡), 파리(10.35㎡), 뉴욕(10.27㎡)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 도시를 걷다가 녹색을 만날 확률을 나타내는 ‘녹시율(綠視率)’은 8.6%에 불과하다. 보스턴이나 뉴욕은 평균 50∼60%에 이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뚝섬 서울 숲과 청계천 같은 대규모 녹지 공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 도심재개발과정에서 녹지 확충, 가로변 녹지 확충, 학교공원화 등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거꾸로 된 조직표, 그 열정

푸른도시국의 직위표는 거꾸로다. 국(局)의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국장이 맨 아래쪽에 있고, 팀장이 국장 위에 있다. 몇 달 전, 국가전문행정연수원에 거꾸로 가는 시계가 설치돼 관심을 끌었지만 거꾸로 된 직위표는 상당히 의외였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팀장이 실질적인 업무의 주인이고, 국장은 팀장들의 업무를 종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런 ‘열린 생각’이 출범 100여일을 갓 넘긴 푸른도시국을 생태도시 서울 건설의 선봉장이 됐다고 느껴졌다.
인터뷰를 위해 국장실을 찾은 4월15일. 이 날은 푸른도시국 출범 100일째 되던 날이다. 최용호 국장은 지난 100일 동안 생태연못 조성, 문정동철도부지 공원조성, 남산 펜스철거 등 많은 일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게 모두 직원들의 아이디어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팀장급을 대상으로 공무원교육원에서 연 브레인스토밍에서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또 그 결과 향후 1년은 ‘우려먹을’ 사업목록이 만들어졌다.
푸른도시국은 생태도시 서울을 만드는 ‘녹색 전사(Green Warrior)’다. 최 국장은 출범 첫 사업인 서울 근교 산 생태연못 조성과 관련, 지난 1월13일 가진 브리핑에서 “정 안되면, 푸른색 물감을 뿌려서라도 서울을 푸르게 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푸르름이 없는 도시는 건강할 수 없다’며 친환경 녹색서울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 완수되는 날. 세계일류 수준의 도시처럼 밤에도 사람이 있는 서울, 생활 주변에서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서울을 기대해 본다.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