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취급 받는 공무원의 기를 살려라
호구취급 받는 공무원의 기를 살려라
  • 시정일보
  • 승인 2015.03.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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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일시인 <한국청소년정책개발원 교수>

[시정일보]호구(虎口)는 호랑이의 입이라는 뜻으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들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 공무원 연금 개혁을 보면서 떠오르는 질문이 “공무원은 호구인가?”이다.

대한민국의 국가가 시작한 국가의 연금은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를 안고 항해 중이다. 정권이 해결할 문제 중에 가장 우선되는 것이 안정된 국가 재산의 보유와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우선되는 것이 재정적인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속화는 확보해야 할 재정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했을 것이다.

여당이나 정부가 머리를 짜낸 방안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이다. 대한민국에는 일반 국민들의 연금은 물론 각종 연금이 있다. 이 중에 가장 쉬워 보였던 것이 공무원연금이었다는 것에 “공무원이 호구인가?”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공무원연금이 악의 축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공무원 연금만 개혁하면 국가의 재정이 안정되고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이 사라질 것인가가 궁금하다.

여당이 발표한 공무원연금개정안 발의를 보면 2083년까지 2000조원을 국가재정에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한다. 공무원연금이 대한민국의 미래세대에 감당을 주는 괴물처럼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의 계산대로라면 공무원연금의 개혁이 국가의 재정적자에 해결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의 계산대로라면 2083년까지 재정의 1경6503조297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토끼몰이식 공무원연금 개혁은 오히려 어떤 정당성도 주지 못하고 지탄을 주는 이유가 여실히 들어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적연금이나 사회복지비용은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부자감세, 도로포장 등 기간시설에 대한 투자비용, 국방비와 같은 정부의 예산에서 지출해야 하는 국가유지 비용이지 국가재정을 약화시키는 사회악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공적연금은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국가경제의 윤활유인 복지비용이다. 즉 국가가 유지되도록 하는 공적지출이지 국가의 재정과 미래세대를 불안하게 하는 비용이 아니다.

연금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노년에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지속가능한 국가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 제도이자 사회 안전보장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적연금인 공무원연금은 일반인들의 개인연금의 수익보장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국가적 미래를 위해 공무원의 노후 보장의 연금을 깎겠다는 발상은 공무원이 어느 직종보다 우대를 받고 있다는 전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공무원은 국가를 세우고 유지하는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 공무원은 결코 악의 축이 아니라 나라의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고통분담에 대한 철저한 나눔을 실천한 이들이 공무원들이다.

일반직보다 낮은 박봉으로 있으면서도 충성(忠誠)을 다했던 그룹이다. 이제 겨우 공무원의 삶의 재정지표가 평준화되고 있는 마당이 다시금 이들의 복지를 후퇴시키는 연금개혁은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발화점이 될 것이다.

정부의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부패되거나 사회적 혜택을 보는 집단이기주의라는 시각을 갖도록 하는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차원의 개혁은 그 휴유증이 심각하다. 국가적 발전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더구나 공무원연금의 개혁은 다른 연금의 지표처럼 여겨서도 안 된다. 본보기도 아닐뿐더러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인식을 갖는 개혁은 옳지 않다. 공무원도 공감하고 국민도 공감해야 하는 국민적 개혁안이 아닌 정치적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무원은 결코 호구가 아니다.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부정부패의 유혹을 벗어나 청렴하게 공직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분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공정하고 깨끗한 대안들이 빨리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국민의 안내자, 공무원의 사기는 시민들의 사기다. 공무원과 국민의 사기를 살리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고 정치권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