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에 대한 편견 해소에 도움 됐으면…”
“신장이식에 대한 편견 해소에 도움 됐으면…”
  • 윤종철
  • 승인 2015.05.14 13:13
  • 댓글 0

시한부 주부에 생명 준 강철우 씨 30년 공직생활 ‘봉사자 유종의 미’

[시정일보]“아프긴 하지만 후회는 없다. 잘했다 생각한다. 앞으로남은 일은 건강을 잘 추슬러 신장이식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생각을 불식시키는 산증인이 되는 것이다.”

20년간 만성 신부전증을 앓던 생면부지 한 시한부 주부에게 선 뜻 한쪽 신장을 내어 준 강철우(만 61세) 씨가 전한 말이다.

강 씨는 지난달 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1991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 본부가 설립된 이래 951명의 모든 장기기증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최고령자다.

지난 30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예순이 넘은 나이에 실천한 장기기증이지만 오히려 건강에 자신감을 보이며 젊은이들을 향한 신장이식 홍보 전도사도 자처하고 나섰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나 같은 늙은이도 했는데 걱정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정말 힘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기적이 뭔지 보여 달라”고 소원하기도 했다.

12일 동안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하며 또 한번의 생일을 맞이한 강 씨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 봤다.

- 언제부터 장기기증을 생각했나.

“원래 장기기증에 대한 마인드는 고등학교 때부터 있었다, 사후에 시행하는 각막, 장기, 시신에 대한 기증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나도 생전에 이렇게 장기를 기증 하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 생각이 변한 이유가 있나.

“재작년인가 모 라디오 프로그램을 우연히 듣게 됐다. 시한부 인생을 인생을 사는 한 젊은 엄마가 어린 두 딸에게 죽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는데 그 때 결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생각한 기증 이런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살아서 기증을 하자’고.”

- 신장을 기증받은 분이 어떤 분인지 알고 있나.

“52살 가정주부로 20년간 일주일에 3번씩 투석을 받아온 분으로 알고 있다. 간호사 얘기로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니 상당히 감사하고 있다. 만나보라고 권하기도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나중에 건강하게 사는 것이 저한테 보답하는 길’이라고만 전해달라고 얘기했다.”

- 장기기증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후회는 없나.

“크로스 매칭이 안되서 6번이나 했다. 8개월이나 걸리면서 그 기간 많은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주변에서는 ‘좋은 일도 나름이다’부터 ‘나이 먹어서 무슨 미친 짓이냐’까지 온갖 이야기를 들었다. 나 스스로도 하나님이 하지 말라는 얘긴가 하는 생각도 들며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이 가질 희망을 생각하니 절대 포기할 수 없었고 용기를 냈다. 이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눈꼽 만큼도.”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전에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다 민원 때문에 포기한 적 있다. 이를 좀 더 발전시켜 노숙자나 빈곤층들을 위한 이ㆍ미용 시설이나 목욕시설로 운영해 보고 싶다. 노숙자나 파지 줍는 사람들이 몸 좀 깨끗하게 해 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면 몸도 건강도 거리도 깨끗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유가 되면 그곳에서 국수 등 무료 급식도 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개인의 기증으로 간단히 끝날 줄 알았는데 사회적 책임감도 없잖아 느낀다. 나에게 남은 일은 건강하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길이 신장이식에 대한 주위의 편견과 잘못된 생각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길이다.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건강관리에 힘써 홍보 전도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尹鍾哲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