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기다리는 복지에서 ‘찾아가는 복지’로 洞이 뛴다
<창간 기획> 기다리는 복지에서 ‘찾아가는 복지’로 洞이 뛴다
  • 이승열
  • 승인 2015.05.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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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년 패러다임의 대전환 ❷ ‘주민자치’ 최전선 동주민센터
   
▲ 독산3동 김용희 방문간호사(가운데)와 최영록 복지플래너(왼쪽)가 어르신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시범사업

행정 기능ㆍ주민자치 강화 ‘두 토끼 사냥’

주민자치적 복지생태계 조성이 성패 관건

 

[시정일보]서울시가 동 주민센터의 기능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복지로’ 강화하고, 이를 위해 사회복지인력 및 방문간호사를 추가 확충하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을 7월부터 시행한다. <관련기사 본지 1273호(4월23일자) 3면, 1276호(5월7일자) 4면>

이 사업은, 최근 복지업무가 급증해 동 주민센터에 집중되는 ‘깔대기 현상’으로 복지담당 공무원이 자살하는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은 복지사각지대를 줄여나가기 위해 적극적인 복지서비스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하고자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사업의 취지는 기존 동 주민센터의 기능을, 민원·행정 중심에서 복지와 주민자치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별적 복지를 넘어 보편적 복지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시의 포부다.

이와 함께 주민이 스스로 마을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주민 주도의 마을생태계 및 공동체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또 다른 핵심이다. 여기에는 행정의 능력만으로는 복지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은 △찾아가는 복지 실현 △통합서비스 제공 △동 행정 혁신 △마을생태계 조성 등 크게 4가지 분야의 목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를 크게 보면 △동 행정을 찾아가는 복지 중심의 적극적인 행정으로 강화하고 △민관 거버넌스를 위해 주민자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2개 골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행정으로의 기능 강화

 

우선 동 주민센터에 ‘복지플래너’를 도입해 △어르신 △임산부 및 영유아 가정 △빈곤위기 가정 등을 방문한다. 복지플래너는 △어르신 복지플래너 △우리아이 복지플래너 △빈곤위기가정 복지플래너 등 3가지 종류로 나뉜다.

각 동 주민센터에는 방문간호사가 배치돼, 복지플래너와 함께 65세·70세 도래 어르신 및 임신 20주 이후 임산부, 만 2세 이하 영유아 가정에 찾아간다.

또 동 전체를 몇 개의 구역으로 세분해 구역별로 한 공무원이 가구별 생활실태를 파악하게 하는 ‘우리 동네 주무관’ 제도도 실시한다.

이와 함께 민원인 및 복지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포괄적으로 파악해 종합적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복지상담전문관’ 제도도 시행한다.

또 기존 자치구 단위의 사례 관리를 벗어나 동 단위로 사례를 관리하도록 해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동 단위 주민자치생태계 조성

 

우선 기존 동 단위 지원사업 또는 주민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개인들이 공동체 활동을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주민리더로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규 채용되는 마을활동가를 동에 배치해, 공모사업을 동 단위로 추진하는 과정을 통해 주민리더를 육성한다.

또 다양한 주민과 모임들의 관계망을 동 단위로 연결하고 확장해 향후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마을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주민 스스로 조성하고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마을기금도 조성한다.

무엇보다도 주민자치위원회를 실질적인 자치활동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하고, 주민자치위원회가 복지전달과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 민간복지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주민자치’의 가치 훼손할 수 있어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의 두 가지 핵심 중, 동 행정을 찾아가는 복지 중심의 적극적인 행정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은 복지강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바람직하게 끌어안았다는 긍정적 평가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사업은 보편적 공공복지서비스를 구현하는 선도적인 계기로서 향후 그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공공복지가 선별적인 제약으로 일반 시민에게 체감되지 않았던 점을 극복하고 보편적인 공공복지서비스의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제는 사업의 두 번째 핵심내용, 즉 민관거버넌스를 위해 주민자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해서는 동 단위로 이미 조직돼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서울시의 세부 정책에 대한 반발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마을활동가를 채용해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마을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주민리더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이 마을공동체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희 서울시의회 의원은 “마을활동가를 공무원으로 채용해 마을생태계 조성사업을 주도하게 하는 것은 ‘주민이 주도하고 관은 지원한다’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본래의 정신을 변질시키는 것”이라며 “성과주의에 빠져 실적 위주로 무리하게 보급사업을 벌일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웅기 관악구 주민자치협의회 고문은 “기존 지역사회에는 이미 자질과 능력이 있는 리더들이 있다”며 “지역사회에 리더가 없다고 보고 새롭게 리더를 육성해 그 리더를 중심으로 주민관계망을 형성하겠다는 서울시의 생각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 마을생태계 조성을 위해 새롭게 조직되는 민관거버넌스가 상호 마찰을 일으킬 여지가 있어 관계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 고문은 “관계망은 저절로 이뤄져야 한다”며 “관계망을 공무원들이 나서 조장할 것이 아니라 관계망 형성이 촉진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이번 사업으로 ‘주민자치’라는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연숙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총재는 “과거 주민통제의 수단이었던 읍·면·동의 행정기능은 주민에 돌려주는 것이 시대적인 요청”이라며 “마을을 중심으로 행정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조금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주도 복지 생태계 조성 필요

 

결국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의 관건은 민관거버넌스의 파트너인 ‘주민자치’를 어떻게 육성하고 얼마나 존중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행정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과,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해 행정의 역할을 주민에 이관하는, 다소 ‘상충’돼 보이는 시대적 과제를 ‘충돌과 갈등’이 아닌 ‘진정한 협치(governance)’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과 교수는 “행정체계만으로는 과도한 비용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복지사각지대 발생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주민자치적 복지생태계를 조성하고 행정과 자치복지가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 아직 행정과 짝을 이룰 만큼 자치생태계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 김 교수는 “자치생태계란 주민의 자율적인 기관구성체로서 주민대표가 모여서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대한 권위가 법적으로 보장 받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서울시의 이번 사업은 새로운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로서 도시형 주민자치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정책과, 주민주도형 복지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가 만나면서 동 주민센터 조직개혁과 주민자치의 개혁이 동시에 이뤄지는 ‘행정혁신’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요컨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은,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중심이 되는 자치생태계가 형성되고 이 자치생태계가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얼마나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업이 단순히 공무원만 늘리고 마는 사업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핵심 포인트다.

李昇烈 기자 /

sijung1988@naver.com

 

 

 금천구 독산3동 ‘찾아가는 동’ 시범 / “거버넌스는 새 조직 아닌 일하는 방식”

서울시는 이미 지난 3월부터 4개 예비운영동을 정해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예비운영동은 △성북구 월곡2동 △도봉구 방학2동 △금천구 독산3동 △성동구 마장동 등 4곳이다. 이들 중 금천구 독산3동을 지난 15일 찾아가봤다. 이미숙 독산3동 동장이 추진 중인 사업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독산3동은 예비운영동으로 지정되면서 복지플래너 5명, 복지상담사례사 1명, 일자리상담사 1명, 방문간호사 2명 등 총 9명이 충원됐다. 이들 중 신규 동 소속 공무원은 5명이며, 나머지는 사업을 위해 배치된 인원이다.

복지플래너는 동을 5개 구역으로 나눠 맡은 구역의 세대를 꾸준히 방문하는 역할을 한다. 방문간호사 역시 동을 2구역으로 나눠 하루 평균 8가구 정도를 방문한다고 한다.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가 짝을 맺어 방문하는 경우는 65세 도래 어르신가구를 방문할 때이다. 하루 평균 1~2가구 정도다.

이미숙 동장은 이번 사업으로 인해 좋아진 점과 힘든 점을 얘기했다. 좋아진 점으로는 기존에는 복지담당 직원들이 주민을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여유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힘든 점은 직원들의 업무량 증가와 스트레스였다.

이 동장은 “다른 동들은 사업을 시작할 때 주어진 일만 하면 되겠지만, 우리는 계속 서울시에 묻고, 회의를 통해 바꾸고, 업무분장을 조정해야 했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사업의 일부 추상적인 내용들을 새롭게 구체적으로 만들어내야 했던 점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새로운 민관거버넌스와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의 관계 형성에 대해 묻자 이 동장은 “갈등에 대한 우려는 ‘거버넌스’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거버넌스는 새로운 조직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동장은 “우리 동은 7명의 ‘민관거버넌스 추진단’을 구성해 주민자치위원장도 포함시켜 직접 상의해 일을 추진했다”며 별도의 조직을 만든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동장은 “새로운 일, 특히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을 아우를 필요가 있다”며 “갈등이 있어도 두려워 말고 갈등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을 새롭게 사업을 추진할 동장들에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