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원순법
<기자수첩> 박원순법
  • 문명혜
  • 승인 2015.05.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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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만나면 기자들이 의례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

이명박 시장에게 청계천 복원이 있고 오세훈 시장에겐 디자인이 있는데 박원순 시장의 ‘한방’은 뭐냐는 것이다.

그러면 박 시장의 미소는 억울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기자 여러분이 써주지는 않고 한방만 찾느냐”고 호소한다.

금년 5월로 본지 창간 27주년을 맞아 특별인터뷰를 준비하며 박 시장이 해 온 일을 더듬다보니 눈에 띄는 사업으로 ‘박원순법’이 있었다.

국회의 ‘김영란법’이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은 것과는 달리 박원순법은 출발이 빨랐는데도 크게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고 박 시장의 억울함에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서울시 공직사회 혁신대책’에 따라 작년 10월 가동된 박원순법은 서울시 공무원이 직무와 상관없이 단돈 천원이라도 금품ㆍ향응을 받으면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는 강력한 공무원 비리 근절대책이다.

서울시 공무원에게 캔 커피 한병 얻어 마실 수 없게 만든 박원순법은 특히, 3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보유재산과 담당직무의 연관성을 심사하는, 김영란법에서도 담지 못한 엄격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박원순법의 실효성은 어떨까. 서울시가 얼마전 시행 반년의 성과를 모니터한 결과가 단초를 제공한다.

서울시 공무원 범죄건수가 7분의 1로 줄어 들었고, 시민들의 공직비리 신고건수는 반대로 열배 가까이 늘어난 결과를 보면 제도가 인간의 삶을 제어하는 강한 동기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박원순 시장이 억울해 하는 ‘한방’은 그가 지난 민선5기에 가장 심혈을 쏟은 ‘서울시 재정건전화’에 밀려 애초에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

박 시장의 시정은 ‘중후장대’ 보다는 그의 인문정신을 투영한, 돈 안들이는 사업이 주종을 이뤄온 것인데 시민들과 기자들이 아쉬워하는 ‘한방’이 아직까지 깊이 각인되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박원순법은 직원들의 부정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정책수단이었고, 기대했던 효과도 충분히 거두고 있지만 언론의 주목을 끌지 못한 박원순 시장의 억울함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원순 시장의 시정운영에 변화가 감지되는데 부채감축 대신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말하기 시작했고, 많은 논란에도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을 밀어부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