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민자치를 밝히는 작은 불빛 ‘반딧불센터’
<기자수첩>주민자치를 밝히는 작은 불빛 ‘반딧불센터’
  • 이승열
  • 승인 2015.06.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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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서초구 방배3동, 효령로 아래 국민단지 지역은 매우 노후한 주택이 밀집된 동네다. 기자도 실제로 방문해보고 이른바 ‘부자동네’로 이름 높은 서초구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가파른 경사의 골목길은 승용차끼리 만나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다. 이 지역 집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가구·다세대 주택들은 다닥다닥 붙어있을 뿐만 아니라 지은 지 20~30년씩이나 돼 낡았다. 세입자 비율이 70% 이상인 데다 재개발·재건축을 오래 기다린 탓이다.

이 동네가 최근 언론과 지자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초구가 지난 3월31일 전국 최초로 ‘일반주택지역 관리사무소’라는 개념으로 만든 ‘방배 반딧불센터’ 덕분이다. 반딧불센터는 현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공약사항이었다. 조 구청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단독·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에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와 같은 생활안전지원센터를 만들어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양재 및 반포 지역에도 곧 문을 연다.

방배반딧불센터는 크게 6가지 일을 한다. 우선 ‘아파트 관리사무소’ 하면 떠오르는 역할인 택배 받아주기와 야간순찰을 하고 있다. 무인택배함과 주민 자율방범대를 운영하는 것이다. 또 간단한 집수리에 필요한 공구를 빌려주는 ‘공구은행’과 주민들의 소통공간인 ‘열린상상카페’,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모이는 ‘공동육아공간’을 제공한다. 그밖에 서울시의 사업인 ‘안심귀가서비스’도 주민 자원봉사로 더욱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고 한다. 특히 반상회를 한 번 열려고 해도 이집 저집을 옮겨 다녀야 했던 문제를 해결한 열린상상카페와, 육아와 장난감 공유가 이뤄지는 공동육아공간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반딧불센터가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행정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 상주하는 서초구 직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센터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자원봉사 및 주민의 자발적인 협의로 이뤄진다.

기자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에 대해 최근 쓴 기획기사에서 이 사업의 성패가 새로운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로서 주민자치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지적했었다. 행정체계만으로는 복지사각지대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공공부문 고용비율이 5.6%(2014), GDP 중 복지에 사용되는 비율이 10.4%(2014)로, 모두 OECD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행정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 하지만 우리에게는 행정의 역할을 주민에게 돌려주고, 주민자치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도 함께 주어져있다. 서초구 반딧불센터가 그 해법을 밝히는 작은 불빛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