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메르스 공식
<기자수첩>메르스 공식
  • 윤종철
  • 승인 2015.06.1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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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철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메르스’ 사태로 사회가 흉흉해지면서 최근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1947)>나 필립 지글러의 <흑사병> 같은 소설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특히 전염병을 소재로 한 ‘아웃브레이크’나 ‘감기’ 같은 재난 영화들도 재평가되면서 오히려 요즘, 당시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듯 하다.

얼마전 점심식사 자리를 함께 했던 한 지자체 공무원이 메르스 양성판정을 받으면서 지난 5일, 자의 반 타의 반 자가격리 됐다. 누구나 불확실함 속에 격리된 당사자라면 14일이라는 시간은 이 같은 책이나 영화에 한 번쯤은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재난에 관련된 소재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 터였지만 나 역시도 메르스와 직접적인 관계자로 막연한 불안감이 호기심을 이끈 것 같았다.

사실 감염자가 매일 매일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재난 영화(혹은 소설)를 보면서 그래도 우리 동네는, 적어도 나만큼은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정부의 무능함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급기야 ‘경고-무시-재난-정부무능’으로 이어지는 재난영화(소설)의 전형적인 공식을 알고 나니 불안감은 점점 커져 갔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공식이 현실에 그대로 들어맞으며 ‘메르스 공식’으로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고에도 정부는 이를 무시했으며 사망자와 감염자 숫자는 물론이고 어디서부터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역학자 조사도, 격리자 관리에서도 정부는 무능을 드러냈다.

특히 “메르스는 독감 수준이다”, “건강한 사람은 걸리지 않는다”라는 정부의 근거 없는 호언장담(결국 거짓으로 판명)은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모든 국민들은 메르스 사태를 재난상황으로 인식하고 불안감에 떨고 있는 반면 오직 정부만은 아니라고 우기며 아직도 재난 공식의 과정 중 ‘무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로 현재까지도 정부의 메르스 경보단계는 ‘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남녀노소, 임산부까지 발병자가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미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주의’ 단계라니 결코 이해하기 힘든 조치다. 애써 메르스에 대한 피해와 불안을 ‘무시’하는 듯 한 모습이다.

‘메르스 공식’ 대로라면 진짜 재난은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이미지 정치’로 메르스 사태를 돌파하려 한다면 메르스 공식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이미지’가 아닌 경계와 유능한 대처로 메르스 사태를 걱정하지 않고 누구나 집 밖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게 될 날을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