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관리는 어떤 경우라도 의관을 정제해 백성 앞에 나서야
<시청앞>관리는 어떤 경우라도 의관을 정제해 백성 앞에 나서야
  • 시정일보
  • 승인 2015.09.0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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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興居有節(흥거유절) 冠帶整飭(관대정칙) 民以莊(이민이장) 古之道也(고지도야).

이 말은 <목민심서> 律己六條(율기육조)편에 나오는 말로서 ‘기거에 절도가 있고 의관을 단정히 하고 백성들을 대함에 있어 엄한 것이 예부터 내려오는 도이다’라는 의미이다.

율기육조는 목민관이 자신을 잘 단속하고 언행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기 위해 지켜야 할 여섯가지 항목을 말한다. 비단 이는 모든 공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말씀이다. 그 첫 번째가 飭躬(칙궁)인데 칙궁이란 자신을 스스로 타일러 경계하고 삼가는 것을 말한다. 목민관은 날이 밝기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촛불을 밝히고 세수를 한 뒤 의관을 단정히 하고 묵묵히 정좌하여 神氣(신기)를 가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그 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선후를 정한다. 모든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사욕을 끊고 천리를 따르려고 애써야 한다. 관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의관을 정제해 백성 앞에 나서야 한다. 詩經(시경)에 威儀(위의)를 엄격하게 갖추는 것이 덕의 근본이라 했다. 위의를 중히 여기는 것이 백성들의 본보기라고 했다.

작금에 들어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했다는 여당의 ‘총선 필승’ 선창은 그 자체로도 부적절했는데, 파문 확산 뒤 여당과 정 장관 측의 반응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키우기에 충분하다.

정 장관은 이날 연찬회 만찬 자리에서 의원과 장관 등 다른 참석자들에게 “제가 ‘총선’을 외치면 ‘필승’을 외쳐달라”고 제의한 뒤 건배를 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 자체부터 삼가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선거 업무를 관장하는 주무장관으로서 선거 중립을 의심받을 어떤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덕담 수준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거 주무 장관으로서 명백하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만큼 본인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이다. 공직선거법 제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①‘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와 85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에서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비단 헌법과 선거법을 동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직자의 정치 중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민주주의의 가치는 선거의 공정성을 통해 보장되기 마련이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 특히 공직자는 세간에 의심받을 일이나 매사 언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