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70대가 인생에서 제일 좋을 때다
시정칼럼> 70대가 인생에서 제일 좋을 때다
  • 시정일보
  • 승인 2015.10.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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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요즘 사람 나이를 옛날 사람과 똑같이 쳐서는 안 된다. 80노인은 어제의 80노인이 아니다. 보기에도 좋고 건강하다. 80세까지는 아직 노인이 아니다. 젊고 건강한 신 중년 또는 젊은 고령자쯤으로 해석한다. 미국에서는 이 세대를 신 중년층(Active Senior)이라고 부른다. 타인의 돌봄이 필요 없는 건강한 연장자라는 의미다.

과거의 같은 세대에 비해 숫자나이는 훨씬 젊다는 점이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대에는 천수를 누리는 사람들도 뒷방으로 물러나 여생을 보내는 세대였지만, 요즘과 같은 고령화 시대는 인생의 정점을 조금 지난 나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는 최근 장수 시대의 실상을 반영하여 ‘0.8곱하기 인생’이라는 나이 계산법이 있다고 한다. 현재의 나이에 0.8을 곱하면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인생의 나이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80세는 64세, 70세는 56세, 60세는 48세, 50세는 40세, 40대는 32세인 사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건강하다는 점이다. 이는 젊은 마음과 정신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고 활동적으로 인생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80세에서 병이나 허약체질, 소위 노인병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은 5% 미만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70세 이후의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70대가 인생에서 제일 좋을 때다. 이제는 인생 70은 막바지가 아니다. 새 마음으로 오히려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의 2-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2-30년은 웬만한 사람들의 한 인생일 수도 있다. 헛되이, 지루하게 남은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꿈을 버릴 때 인간은 주저앉아 절망한다.

대부분의 노년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미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기만 했지 찾아오는 노년에 대하여 보람 있게 맞이할 생각을 못한다. 70대의 나이는 늙은이가 아니다. 자신이 늙었다 인정하는 사람이 늙은이다. 아직 늙지 않았다며 꿋꿋하면 아직 젊은이다.

놀랍게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74세에서 삶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영국에서 조사됐다. 70대는 결코 인생 쇠퇴기가 아니다. 오히려 경륜이라는 지혜가 가장 왕성할 때다. 또한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철학이 확고히 서 있을 때다. 그래서 오히려 두려움이 없는 시기다. 결국 70대는 인간이 지닌 경험과 지식을 통해 쌓은 경륜을 통해 얻은 최고의 지혜가 발휘될 때다. 그리고 인생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나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장수국이다. 거리에는 젊고 건강한 노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반면 새로 수혈되는 인구는 급격이 줄어들고 있다.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08명으로 세계 최저다. 평균수명의 급격한 증가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한국 사회를 빠르게 고령화시키고 있다.

통계청의 ‘201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662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했다. 8년 후에는 1000만 명으로 증가하여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은 노인이 된다.

한국사회는 급속도로 늙고 있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의 고령화 스피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신 중년 세대의 사회적 영향력은 지금보다도 훨씬 커질 것이고 따라서 앞으로 미래를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미래 사회는 노인 천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오래 살긴 하지만 상당수 노인들은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백세시대가 열렸지만, 삶의 질적인 측면에선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어 장수가 축복이 아닌 저주란 지적도 나온다. 한번 상기해 볼만한 일이다.

어떻게 해야 노후생활이 즐거울까. 우리 삶의 3분지 1은 노후에 속하지만 설마설마 하다가 속빈강정 같은 날이 반복될 수 있다. 노후가 되면 경제력, 건강, 활력, 역할, 친구 등 줄어든 것 투성이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을 재정비하여 사용하면 삶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해 보시라. 그래야 여한 없이 살 수 있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