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칼럼> 너 지금 잘 놀고 있니?
<단체장 칼럼> 너 지금 잘 놀고 있니?
  • 시정일보
  • 승인 2015.10.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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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양천구청장
   
 

[시정일보]지난 9월초 있었던 모 중학교 폭발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사건 당일 행적을 실시간으로 SNS에 남긴 아이의 행동에 모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지역사회에서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며 모두들 반문을 이어가던 순간, 이후 드러난 학교생활은 반문보단 ‘사회적 반성’이 먼저여야였음을 알려줬다.

아이는 전학 이후 학교생활을 힘들어했고 주위에 도움도 요청했다. 여러 번의 상담도 받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대안학교로 전학가라는 권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임을 감안하면 당시 느꼈을 절망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얼마 전 알려진 임상심리평가 결과에서도 아이는 성적하락과 부적응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힘들다고 모두 부탄가스를 들고 학교에 찾아가진 않는다. 하지만 왜 그런 일을 했을 지에 대해선 찬찬히 따져봐야 했던 일인 셈이다.

수년간 쏟아진 다양한 통계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항상 바닥에 머물렀다. 대신 스트레스지수는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이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이다. 여러 가지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통계들이 보여주는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 지금을 참고 견디면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허울 좋은 약속도 가능하겠지만 ‘오늘의 행복’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절실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양천구는 지난해부터 지역사회와 함께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학교의 몫으로 여겨졌던 청소년 교육을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보자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교육은 진학 혹은 공부라는 개념부터 버렸다. 단순히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것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한 모든 것을 교육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모든 사업의 초점을 ‘아이와 부모의 행복’이라는 단 하나에 맞췄다. 사교육열풍 덕에 공부시키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에서의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여러 주민들의 의견과 뜻을 모은 결과 꽤나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들을 지역에서 직접 돌보기 위해 시작된 마을방과후강사양성과정의 수료생들은 지역의 곳곳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아이들은 마을의 엄마들과 함께 그림, 음악, 신체활동을 통해 꿈과 끼를 키우는 중이다. 방학마다 열리는 행복한 인생설계학교에 참여해 놀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즐겁게 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지난 9월 어린이·청소년 안전콘서트는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안전을 주제로 한 비보이공연과 샌드아트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했다. 학교에서 가라고 해서 억지로 왔지만 정말 좋다며 까르르 웃던 아이의 모습은 준비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비타민이 됐다.

과열된 진학열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행복을 찾기 위해 시작한 양천구의 노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발표한 ‘한국 아동의 놀 권리 현주소와 대안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시점에서 놀이와 여가를 충분히 경험하는 아동일수록 타인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적 동물임을 감안해보면 결국 충분히 놀아야 행복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잘 노는 것이 좋은 교육이 되는 셈이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아는 동네 아이를 만난다면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냐?”는 뻔하디 뻔한 질문 대신 “너 지금 잘 놀고 있니?”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을 어떨까. 어쩌면 아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행복한 교육의 묘안이 떠오를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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