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흔적 복구, 후세에 전달 ‘사명감’ 김 영 종 종로구청장
우리 역사의 흔적 복구, 후세에 전달 ‘사명감’ 김 영 종 종로구청장
  • 윤종철
  • 승인 2015.11.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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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겠다
   
 

[시정일보 윤종철 기자]최근 ‘우리 역사 지키기’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과거 훼손되고 파괴된 우리의 흔적을 찾아 다시 복구하고 이를 후세에 고스란히 전달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와 역사적 사명에 불을 지핀 곳이 바로 종로구다. 도시 재생이든 도시 디자인이든 우리 역사와 역사적 인물들의 흔적들을 집요하게 쫓아 그 흔적들을 골목골목에 오롯이 남겨 놓고 있다.

역사적 사료의 끈질긴 추적 끝에 조선시대 모습 그대로를 옮겨놓은 인왕산 수성동계곡과 윤동주 시인의 사진, 친필 원고 등 실재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윤동주 문학관, 심지어 종로구에서는 보도블록과 터널 입구 등에서도 우리 문화의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역사를 쫓아 흔적을 남기고 있는 종로구의 이 같은 변화는 지난 5년 “종로를 ‘상품’이 아닌 진짜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의 의지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우리 흔적 찾기를 지독하게 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게 된다. 항상 노력해야 하고 지적해야 만이 우리 문화를 지킬 수 있다”며 “우리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길이며 그것이 명품도시의 지름길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으면서 한 껏 불을 지피고 있는 김영종 종로구청장. 그가 만들고 있는 ‘작품’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잠시 들여다 봤다.

 

 

 

- 그간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노력의 성과는.

“우리 구는 조선왕조의 수도로서 궁궐과 종묘, 사직단 등 역사적 위인들의 생가터는 물론 다수의 문학ㆍ예술인들의 작품활동의 본거지다. 이러한 역사 문화가 종로의 정체성이기에 이를 복원,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성동 계곡 복원과 윤동주 문학관 건립,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전통문화시설 무계원 건립, 청운문학 도서관 건립 등을 들 수 있다.

수성동 계곡 복원은 훼손된 자연유산을 회복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으며 철저한 고증으로 원형 그대로를 복원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라질 위기에 있었던 조선시대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였던 ‘오진암’도 이축 복원해 ‘전통문화시설 무계원’으로 조성했으며 우리의 전통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청운문학도서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 종로에서 한옥이 갖는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

“도시가 그동안 많이 숙성되긴 했지만 디자인 되지는 못했다. 지난 600년 동안 만들고 부서지기를 수차례, 이런 과정을 겪으며 쌓이고 쌓인 문화의 모습이 현재 종로의 모습이다. 이제는 정신을 차려서 훼손된 우리 흔적을 찾고 문화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로구의 한옥은 우리 역사문화 유산을 지키기 위한 시대적 요구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와서 한옥에 대한 아름다움을 보고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보존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 세종마을에 한옥체험관도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통한옥을 보존하고 홍보하기 위해 경복궁 서측에 폐가로 방치돼 있는 한옥을 매입해 ‘한옥체험관’으로 내년 6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옥체험관은 우리 전통난방 방식인 ‘온돌’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안채에서는 다도체험을 하면서 직접 온돌의 온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질 계획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준비 중인 ‘온돌’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의 주거문화와 비교해도 우수한 기술로 보존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이번 한옥 체험관을 통해 전통기술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곳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19세기 시대 생활상을 쉽게 느껴볼 수 있도록 하는 스토리텔링 작업도 준비중에 있다.”

 

- ‘스토리텔링’이 호응을 받고 있다. 어떤 것인가.

“단순히 역사를 찾고 보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좀 더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역사와 문화에 스토리를 입혀 그 의미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에 개관한 윤동주 문학관이다. 독특한 전시 기획으로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세계와 당시 그가 처한 현실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청진구역 일대 지하보도 보행로와 중앙공원에 청진구역의 역사와 문화 스토리 자원을 공간별로 도입할 예정이다. 조선시대 당시 정도전이 이 지역에서 조선 개국을 주도하고, 한양을 설계했으며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냈다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정도전의 인생과 연계되는 서(書), 지(志), 식(食)의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본 사업이 완료되면 광화문 광장, 경복궁, 인사동, 청계천을 연결하는 관광 연계 축으로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돼 도심 상권 활성화 기여는 물론 종로 621년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종로만의 문화보행거리가 조성돼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주차문제도 ‘나눔주차’로 해결했다는데.

“종로구는 대학로, 인사동 등 관광지를 집중으로 주간 인구지수가 238.7%에 달할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아 주차장 부족문제가 심각하다. 땅값도 비싸 주차구획 1면을 추가하는데 약 1억3000만원의 비용이 들어 주차면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나눔주차’제도다. 종로구 관내에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지 않은 주차장이 85%에 달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건축물의 부설주차장 일부를 협약을 통해 함께 사용하면서 예산을 들이지 않고 주차장은 확충하는 공유의 미학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독립문 초등학교, 한국방송통신대, 옥인동 유휴부지 거주자 우선 주차면, 홍익대 대학로 캠퍼스, 종로센트레빌 아파트 거주자 우선주차면, 서울국제경영고등학교 등 총 527면의 주차장을 개방한 상태다. 예산으로 따지만 약 685억원을 절감한 엄청난 효과다.

앞으로도 민관기관이나 종교시설 등 개방 주차장을 60%까지 높여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가 되도록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전국 지자체 최초로 ‘행복조례’도 만들었다.

“행복이란 개념은 다분히 주관적인 개념으로 개인차가 커 법령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기존 행정서비스로는 주민 개개인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추진하게 됐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직원 19명으로 구성된 ‘행복이룸 1394’라는 학습동아리를 만들어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행복드림팀’을 신설해 행복 지수 측정 지표를 개발하는 한편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5월부터는 어떤 때 제일 행복한지 ‘행복을 찾아서’ 인증샷 캠페인도 추진해 주민 500명의 행복한 이야기들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는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이 모든 생각과 의견을 수렴해 ‘종로행복조례(안)’을 최종 확정, 제정청구 한 상태다. 11월부터 앞으로 3개월간은 주민 3500명의 서명을 받아 조례안을 상정 제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타 지역과 차별화된 종로구만의 행복지표로 주민들의 질과 행복지수를 정기적으로 측정해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최상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종철 기자 /

sijung1988@naver.com

 

   
▲ 김영종 구청장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걸어서 10분’ 동네도서관...종로의 미래가 자란다

김영종 구청장 취임 후 16개 도서관 조성, 지역별 특화 주민 문화쉼터로 자리매김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처음 구청장에 당선될 당시 종로구에는 도서관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종로구에는 16개의 도서관이 생겼으며 2017년까지 3개의 도서관이 추가로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도서관이 늘어난 이유는 아이들이 책을 보면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겠다는 김 구청장의 의지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아이들이 책 속에서 싸우고 울면서 자라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곧 인재를 키우는 일”이라며 “어느 동네 아이들이건 최소한 걸어서 10분 이내에는 책을 보면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종로구의 도서관은 단지 책만 보는 도서관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따라, 주변 환경에 따라 진짜로 책 속에서 놀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특화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다.

문학 소년ㆍ소녀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문학도서관부터 자연과 어우러져 책을 보고 체험놀이도 할 수 있는 생태 도서관, 책도 보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시청각 도서관, 우리 전통 음악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국학도서관까지. 모두 하나 같이 주변환경과 잘 어우러져 종로구의 또 하나의 문화 컨텐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올해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청운문학도서관 전경.

# 문학 특화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인왕산 공원에 윤동주 문학관, 시인의 언덕과 연계되는 문학도서관이다. 종로구는 테마가 있는 도서관 조성을 목표로 1년 8개월간의 공사 끝에 2014년 11월 서울 도심 속 옛 성곽길과 인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한옥 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을 개관했다.

경사진 대지의 특성을 활용해 지하 1층은 테라스하우스처럼 남측 전면이 열려 자연광이 유입되는 밝은 도서관을 만들고, 지상 1층은 전통한옥으로 건립됐다.

열람실에는 9771권의 책이 있으며 대부분이 시ㆍ소설ㆍ수필 등 문학 서적이다. 1층 세미나실에선 인문학 특강과 같은 문학 관련 행사를 자주 개최하고 있으며, 시 낭송 감상실에는 김미숙, 오미희, 전도연 등 친숙한 스타목소리로 우리 시를 감상할 수 있다. 열람실 관리테스크 앞에 놓인 ‘시 항아리’에는 윤동주, 이상, 김소월 등 유명 시인의 시가 쓰인 두루마리들이 있어 이용자는 두루마리를 뽑아 시를 읽고, 마음에 드는 시를 가져갈 수도 있다.

이 도서관은 한옥 보존과 활용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2015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준공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 생태 특화도서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사람들이 북적이는 삼청동 거리 끝 오솔길, 사람이 공존하는 비밀의 정원과 같은 도서관이다.

2013년 10월5일 문을 연 이 도서관은 삼청공원에 있는 낡고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도서관으로 206.2㎡의 넓이에 5000여권의 도서와 30석의 열람석을 구비하고 있다.

공원 내 삼청공원 유아숲체험장과 연계해 체험생태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어린이 생태 전문 도서관으로 콘크리트 등 이질적인 자재가 아닌 숲에 묻힐 수 있는 벽돌색을 사용하고, 자연광이 투과되는 통유리를 사용해 고개를 돌리면 숲을 바라볼 수 있어 숲과 함께하며 따스한 햇살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서관 안쪽에는 커피와 간단한 간식을 판매하는 작은 카페가 있으며 주민들로 구성된 자립형 마을공동체 회원들이 이곳을 운영해 발생되는 수익금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도서관과 연계된 자연형 놀이터 ‘유아숲 체험장’은 숲 속에서 자연체험과 숲 교육 등을 통해 정서 발달과 건강 증진을 이룰 수 있도록 땅파기, 나무타기, 풀·벌레 관찰, 흙공 만들기 등 체험생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개장이후 올해 2월까지 총 9235명이 참가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 전통 특화도서관... ‘도담도담 한옥 도서관’

이 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한옥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간 도서관 불균형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종로구 최초 한옥 도서관이다.

2012월 2월 봉제 공장 밀집 지역에 건립된 이 도서관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 우리말인 ‘도담도담’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어린이들이 도서관에서 꿈을 키우며 잘 자라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이 도서관은 지상 1층, 연면적 109㎡ 규모의 한옥으로 총 17억원의 사업예산을 들여 유아방, 서가 등으로 구성됐다.

보유 도서 중 20%는 전통문화 관련 어린이 서적으로 구성했고, 한옥도서관 특성에 맞게 한문교실(명심보감·사자성어), 전통공예 등의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시청각 특화도서관... ‘아름꿈 도서관’

‘아름꿈 도서관’은 창신ㆍ숭인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시청각 특화도서관으로 2014년 4월 개관됐다. 이 도서관은 과거 종로구 숭인제2동주민센터와 종로구 시설관리공단 사무실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종로구의 열다섯 번째 도서관이다.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467.95㎡ 규모로 총 11억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됐으며 도서관 건립 예산 중 9800만원은 민간후원으로, 사단법인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과 KB국민은행에서 마련했다.

아름꿈 도서관이 들어선 일대는 약 3000여개의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고, 일로 바쁜 부모님 뒤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다.

종로구는 이런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공간 마련과 더불어 지역 간 도서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이 지역에 도서관을 건립했으며, 도서관 이름인 ‘아름꿈’은 ‘아름다운 꿈을 키우는 도서관’이라는 뜻으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현재 도서 1만3701권, 비도서 568권, 전자책 348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아ㆍ어린이 열람실과, 청소년ㆍ일반 열람실, 시청각실과 프로그램실을 별도로 갖추어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영화도 보며 다양한 독서관련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도서관이 단지 책을 읽는 공간만이 아닌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있다.

 

# 그 밖의 특화도서관... ‘우리음악ㆍ국학’ 도서관 건립 예정

종로구는 앞으로도 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근거리에서 찾을 수 있는 특화 도서관을 다양하게 만들 계획이다.

2017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종로 1~4가동 신청사 공간에 ‘우리음악 도서관’을 만들어 국악관련 서적과 국악기를 전시하고 우리음악연주마당과 연습방을 조성해 국악공연 및 국악기 연주체험도 할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명륜3가동에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역사, 언어, 풍속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학 도서관’도 건립할 계획에 있다.

김영종 구청장은 “도서관은 단지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예술 도서관이나 언론 도서관 등 다양한 종류의 특화 도서관을 만들어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작지만 큰 도서관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