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의정칼럼/ 편견의 장애 넘어 배려하는 사회로
자치의정칼럼/ 편견의 장애 넘어 배려하는 사회로
  • 시정일보
  • 승인 2016.03.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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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애 노원구의회 의장
   
▲ 김승애 노원구의회 의장

가로막다, 거슬리다. 장애(障礙)라는 말의 한자풀이다.

말 그대로 막혀있어서 움직일 수도 자연스럽게 흐를 수도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의 몸이나 마음을 가진 이를 우리는 장애인이라 부른다.

휠체어를 타고 공공시설을 이용해보는 장애인체험을 한 적이 있다. 두발로 걸을 때 살짝 미묘하게 느껴졌던 경사도와 울퉁불퉁한 보도가 몇배는 더 불편했다. 각종 출입문을 열 때는 휠체어가 끼고 부딪히면서 문을 한번 열고 들어가는데도 힘이 쏙 빠졌다. 비장애인의 키 높이에 맞춰져있는 테이블도 차를 마시거나 이용하는데 불편하긴 마찬가지이다.

운동능력과 관련된 장애는 직접 체험하지 않더라도 대강은 짐작이 갈 만큼 보기에도 안타깝다. 이런 안타까움은 시각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안내지팡이를 짚고 위태롭게 바닥의 표식을 더듬으며 차도를 걷고 있는 이를 보면 그가 길을 다 건넌 뒤에야 안도하고 내 갈 길을 가게 된다.

청각장애인의 경우는 어떨까. 노원구 전체 장애인 등록자수는 2014년 서울시통계기준 2만7739명이다. 이중 청각장애인은 2758명이다.

예전에 장애인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본래 청각장애인들을 만나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웠다.

겉보기에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으니 장애인임에도 비장애인 대접을 받는 그들. 진공상태에서 투명하지만 단단한 막에 쌓인 것 같은 소리의 세상에서 그들은 얼마나 외롭고 답답할까.

텔레비전에서 소리를 없애보면 조금은 그 심정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각과 청각은 상상력의 측면에서 청각이 더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다.

제목조차 기억이 안 나는 영화의 한 장면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농아인 엄마와 비장애인 딸이 주인공이었는데 딸은 엄마와 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었다. 어른이 된 딸이 울면서 엄마에게 말한다. “동생이 죽었을 때 엄마는 나에게 장의사에게 관 값이 너무 비싸 우린 못 산다고 제일 싼 걸 달라는 말을 하게 했다. 고작 열 살인 나는 내 동생의 관 값을 흥정해야 했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고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농아인에게 의사소통은 생명과도 관련이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자신의 상태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비장애인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다. 청각장애인은 이런 경우 얼마나 힘들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다행히 노원구에는 ‘수화통역센터’가 있다. 수화통역센터를 짓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여러 장애인단체가 함께 쓰는 장애인사무실을 찾았다가 농아인을 위한 수화통역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농아인들은 말을 못하기 때문에 요구를 거세게 주장할 수 없어 그들 편에 선 정치인이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 구에 3000명에 육박하는 농아인이 살고 있기 때문에 ‘수화통역센터’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쉽지 않았지만 1억5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서 수화통역센터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농아인쉼터’도 생긴다. 아마도 올해 마지막 날 가장 보람 있는 일중 하나를 꼽으라면 ‘농아인쉼터’일 것 같다.

농아인의 경우 통상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로 일하는데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만 55세가 실제 은퇴연령이다. 이들이 은퇴해서 노후에 지낼만한 쉼터가 필요해서 그간 꾸준히 적당한 곳을 알아봐왔는데 시비를 지원받아 상계2동의 구(舊)청사를 리모델링해서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문을 열었다. 장애인 관련시설이라 하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지역이 적지 않은데 우리 구민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해주시니 의회 의장이기 이전에 노원구민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이를 실현하려는 공공기관과 주민의 의지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며 이러한 흐름이 노원구에 그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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