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1대1 결연, 물질보다 마음으로 다가가야”
“어르신 1대1 결연, 물질보다 마음으로 다가가야”
  • 주현태
  • 승인 2016.04.0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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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무원이 좋더라/ 중랑구 망우본동 홍정혜 민원팀장
   
 

안부전화에 형식적 행위로 치부하는 어르신 말씀 ‘따끔’

명절 정 나누고 동료들과 도배 봉사활동 ‘이젠 친정엄마’

 

[시정일보]“힘들고 어려운 일이기에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단연코 이웃의 정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봉사”라며 “이같은 이웃 간의 정과 보람의 가치는 도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겐 결코 작은 의미가 아니다”고 말하는 한 공무원이 있다.

중랑구청 망우본동 홍정혜 민원팀장. 홍 팀장은 공무원들과 어렵게 생활하는 어르신들과 1대 1로 매칭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많은 관공서에서 하는 사업인 만큼 많은 공무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부족한 인력과 한정된 재원이라는 현실은 형식적 안부전화와 자원 배분이라는 업무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물질보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홍 팀장의 생각과 행동은 타 공무원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한 동료 공무원은 “홍정혜 팀장은 명절 때마다 어르신들에게 음식도 직접 가져다 주고 있다”며 “지난 번에는 아프다는 어르신의 전화에 파스와 약을 바라바리 들고 뛰어갔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친어머니인 줄 알았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이것이 홍 팀장이 찬사를 받고 있는 이유다.

홍 팀장은 지난 1989년 성북구청 세무2과에서 첫 공직을 시작했다. 지난 2002년부터는 중랑구청 민원여권과로 옮겨 지금까지 14년이나 한 곳에서 일해 온 베테랑이다.

홍 팀장이 어르신 복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여년전 성북구청 주민센터에서 행정직으로 일을 하면서부터다.

사회복지 업무를 접할 기회가 잦아진 홍팀장은 주민센터에서 어르신들에게 얼마간의 지원금을 지급할 때 처음으로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다.

홍 팀장은 “당시에 민원업무에 사회복지 업무도 포함돼 있어 우연한 기회에 사회복지 업무를 수행하게 됐었다”며 “내 돈은 아니지만 어르신을 돕는 다는 것이 그렇게 기분이 좋은 일인지 몰랐다. 그때부터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중랑구에 발령된 홍 팀장은 어르신 복지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1대1 매칭’ 봉사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어르신 ‘1대1 매칭’ 사업은 중랑구청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얻기까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사업이 시작되고 기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방문하려 했지만 지역 어르신들은 홍 팀장의 방문조차 달가워하지 않았다 한다.

한 어르신은 홍 팀장에게 “행정적인 일로 억지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청에서 전화가 오면 다녀갔다고 할테니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이에 홍 팀장은 “당시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이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그때의 심정을 전했다.

이후 홍 팀장은 어르신들에게 내 가족 내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며 어르신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차츰 지워갔다.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주거 문제와 건강문제를 위해 거주복지센터 등 관내에 소재하고 있는 여러 민간 기관에 직접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으며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 ‘중랑구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에게도 부탁했다.

동호회 회원들도 적극 나서 홍 팀장과 함께 어르신들의 가정의 벽면 도배와 전기 점검 등의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홍 팀장은 또 계절에 맞는 옷과 간단한 반찬 등을 만들어 전달하며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렇게 하다보니 이제 어르신들과 홍 팀장 사이 벽이 무너졌다. 심지어 “오곡밥을 만들어 봤으니 와서 먹고 가라”고 말할 정도로 친근한 관계가 됐다.

홍 팀장은 “어르신과 나는 정말 성격이 잘 맞는 것 같다”며 “어르신도 나에게 ‘딸’이라고 부르는데 가끔 봉사가 아닌 정을 나누는 가족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물질적인 봉사보다 가족처럼 대하는 봉사를 하다 보니 봉사가 아닌 당연한 부분이 됐다”며 “중랑구는 ‘건강 100세 시대’를 선도하는 구답게 더 많은 공무원들이 ‘1대1 매칭’을 통해 정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현태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