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그 골목길 ‘탁구 꿈나무’가 무럭무럭
쌍문동 그 골목길 ‘탁구 꿈나무’가 무럭무럭
  • 李周映
  • 승인 2016.04.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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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쌍문1동 주민센터 함원석 팀장
   
▲ 함원석 팀장(사진 왼쪽)이 지난 토요일 어린이탁구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탁구 기본기술을 시범보이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재능기부 ‘주말 어린이 탁구교실’ 열어

동료 직원들도 ‘토요일 출근’ 자원봉사

 

‘핑퐁’이라는 탁구를 주제로 한 일본영화가 있다.

[시정일보]영화는 탁구를 소재로 고등학생들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일본 동네 탁구장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꼬마 아이들부터 흰머리 가득한 할아버지까지 노을빛이 들어오는 탁구장에서 ‘핑퐁핑퐁’ 소리를 내며 누가 그 동네 최강자인지를 겨루고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우리나라에서 탁구 비교적 준비 비용도 적고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운동이지 않아 아이들이나 젊은 층보다는 어르신의 운동이라는 느낌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인지 탁구장에서 꼬마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탁구는 체력증진은 물론 아이들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직접 경험을 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6일 토요일 오후 2시 쌍문1동주민센터 강당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핑퐁핑퐁 경쾌한 탁구공 튀는 소리로 가득찼다.

함원석 팀장의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어린이 탁구교실의 첫 번째 수업이 진행 된 것.

이날 아이들에게 첫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함원석 팀장은 ‘탁구 기본 이론과 역사, 라켓잡는 법’등의 자료들을 미리 준비하는 등 꼼꼼히 챙겼다. 또한 이날 참석한 아이들은 20여명의 안전을 위해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SOS를 치면서 아이들의 안전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주말 어린이탁구교실은 쌍문1동장의 제안과 함원석 팀장의 아이디어로 실행될 수 있었다.

함 팀장은 “동장님께서 주민들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우리 동에서도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주중에는 전문 탁구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주말에 빈 센터 강당을 활용해 아이들이 탁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게다가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탁구를 취미로 해 왔던터라 별도의 강사료 없이 아이들의 체험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쌍문1동 어린이 주말 탁구교실은 함원석 팀장이 어린이 코치를 맡고 있고,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주말에 나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자원봉사를 함께 하고 있다.

함 팀장은 “직원들에게는 주말인데 함께 나와 봉사를 해달라고 하니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모두 기쁜 마음으로 함께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동참해 주니 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라면서 “저와 직원들의 작은 봉사가 아이들에게 집 주변에서 언제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을 실천하는 기회가 되고, 쌍문1동 주민센터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첫 강의를 마친 함원석 팀장은 “아직은 꿈 같이 먼 상상일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처음 탁구를 접한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 적성을 찾고 더 나아가 우리 쌍문 1동에서 국가대표선수까지 나오게 되면 어떨까라는 큰 꿈도 꿔 본다”면서 웃었다.

지난주 첫 강의에서 아이들은 한 손에 잡히는 작은 공과 라켓이 자신의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면서 운동과 함께 인내심도 배우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함 팀장은 말했다. “이날 강의에서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인내심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몇몇 아이들 중에는 처음 쳐보는 탁구에 백스매싱 기술도 능숙하게 하는 아이도 있어서 제가 꾸는 꿈이 꼭 상상으로만은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앞으로의 함원석 팀장은 좀 더 실력을 늘려 생활체육지도사에 도전하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강의를 듣는 아이들의 실력 향상과 탁구에 대한 흥미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타 탁구부 아이들과의 친선경기를 진행하는 부분도 고려중이라고 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특별한 봉사가 아니라고 말하는 함원석 팀장의 모습에서 오래전 영화에서 봤던 자신의 제자를 뒤에서 응원하고 지켜보는 코치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영화 핑퐁 속 한가로운 동네 탁구장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소통하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이제 곧 쌍문1동주민센터에서 볼 수 있겠구나란 생각에 기분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주영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