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련한 그 골목길 따라 ‘을지로유람’
서울, 아련한 그 골목길 따라 ‘을지로유람’
  • 윤종철
  • 승인 2016.04.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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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매월 둘째ㆍ넷째 토요일 해설사와 함께 옛서울 정취 간직한 을지로 골목 여행
   
▲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커피한약방.


[시정일보]추억 속에는 기억이 있다. 그 기억 속에는 ‘이야기’가 있고 ‘맛’이 있으며 우리가 살아온 삶이 있다. 낡은 건물과 빛이 바랜 간판 그리고 그것들을 담은 사진들, 사소한 기억들이건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것들에 대한 향수에 젖게 되는 이유다.

중구(구청장 최창식)가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나 추억을 떠올리던 사람들의 오래된 향수를 불러올 수 있는 추억의 골목 여행 ‘을지유람’을 준비했다.

23일부터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3시 진행하는 ‘을지유람’은 구민해설사들의 안내로 을지로 골목 골목의 역사문화유산, 특화거리, 맛집, 영화 촬영지까지 둘러보는 1.7㎞ 코스다.

을지로는 과거의 흔적과 오늘날의 변화가 공존하는 장소로 종종 ‘피에타’(2012), ‘도둑들’(2013), ‘감시자들’(2013) 등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설계도만 있으면 못 만들 것이 없던 곳’ 공구거리, 1mm도 안되는 활자를 징과 망치로만 만들어 내고 있는 ‘조각특화구역’, 80년 역사를 가진 수제화 업체 ‘송림수제화(서울시 미래유산)’, 전통 있는 중식당 ‘오구반점’과 , 맥주축제가 열리는 ‘노가리골목(서울시 미래유산)’까지  모든 과거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을지로는 과거 우리나라 근대화의 역사를 바꾼 산업역군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며 “을지유람을 통해 을지로의 참멋을 느껴볼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근대화의 역사를 이끈 산업역군의 집적지 ‘을지로’

을지로에는 공구, 조명, 미싱, 타일도기, 조각, 가구, 인쇄, 기계 등 다양한 도심산업이 밀집돼 있다. 6.25전쟁 이후 무너진 도시의 재건을 위해 집수리에 관련된 모든 것, 목재, 가구, 철물, 페인트, 도배, 공구 등이 얼기설기 서로 유기적인 맞물림 속에 자리 잡았다.

이중 을지로 공구거리는 당시 설계도만 있다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공구의 종가’다. 현재 530여개의 공구상점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적은 양으로 필요한 모든 것들이 부근에서 손쉽게 조달돼 도면 하나만 들고 가면 그 자리에서 부품들을 깎아다가 물건을 만들어준다. 특히 공구거리 주변은 산업근대화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영화 촬영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감시자들>의 주 촬영지도 이곳이다.

■숨은 볼거리와 가치 ‘서울미래유산’

을지로3가역 인근에 위치한 ‘송림수제화’는 1936년 송림화점으로 개업해 4대에 걸쳐 수제화를 만들고 있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수제화 업체중 가장 오래된 집이다. 6.25전쟁 직후 영국군 군화를 재조해 한국 최초의 등산화를 만들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다음달 에베레스트 등반에 다섯 번째 도전하는 산악인 허영호 씨가 신을 신발을 만들고 있다.

당시 하루의 고된 시름을 덜어주던 노가리 골목도 서울미래유산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도 퇴근시간 무렵 서서히 골목의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이 일대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일대의 호프집들이 골목들을 독차지하는데 야외까지 꺼내놓은 테이블은 내려놓기 무섭게 손님들로 붐빈다.

골목에만 13개의 호프집이 있는데 최초 OB맥주가 출시한 생맥주의 제2호 가맹점 ‘을지OB베어’, 기성복이 나오면서 경제사정이 어려워 시작했다는 을지로 2호 ‘뮌휀호프’ 등이 유명하다.
특히 한국의 옥토버페스트라는 별칭을 가진 ‘만선호프’는 이 골목 대표 호프집이다. 우리나라에서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린다는 곳이다.

■ 오래된 맛집들도 많아

‘원조녹두’는 오래된 노포집으로 15종류의 전은 각각 맛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원조녹두집이라고 할만한 가치와 세월의 맛이 정겨운 집이다. 현재도 블로거들에 의해 많이 알려졌지만, 을지로 상권이 활발했던 시절부터 주변 상인들이 줄서서 먹던 집으로 유명하다.‘양미옥’은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유명한 양과 대창 전문점이다. 보기에도 두툼한 양과 독특한 양념이 이 집의 특징으로 양과 대창은 빨갛게 양념이 되어 나온다.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설렁탕집으로 유명한 이남장, 군만두로 유명한 오구반점, 평양식 냉면으로 이름난 을지면옥, 미식가들 사이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전통아바이순대 등도 투어 코스에 있어 오래된 맛집들을 순례하는 재미를 준다. 특히 전통아바이순대 집은 영화배우 강동원의 단골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 청년들의 창작공간 재미도 쏠쏠 

중구가 빈점포를 임대해 청년들의 창작공간을 제공하면서 이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재 6개소에 8개 팀이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어 이들의 전시장을 둘러보고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을지4호인 ‘써클활동’은 폐자전거로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 소품 쇼핑몰 ‘텐바이텐’에서 판매할 정도로 아기자기한 제품이 많다. 을지5호인 ‘이현지_을지로 기록관’은 언제 바뀔지 모를 을지로의 일들을 기록하고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붓글씨 간판들을 사진에 담아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을지1호인 ‘Public Show’는 도자기를 만드는 예술팀이다. 최근 인근의 조명상가랑 연계해 작품을 개발해 판매중이다.  
‘을지유람’은 무료로 진행되며 중구 홈페이지의 ‘을지유람’ 메뉴에서 투어 신청을 하면 된다.
윤종철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