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5동 ‘찾동 어벤져스’ 알코올중독 산모, 아기 구해내
시흥5동 ‘찾동 어벤져스’ 알코올중독 산모, 아기 구해내
  • 이승열
  • 승인 2016.05.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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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복지1팀장ㆍ김은희 복지플래너
   
▲ 금천구 시흥5동 김찬수 복지1팀장과 김은희 복지플래너는 태어나자마자 위기에 처했던 어린 새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술에 취한 산모와 아버지 ‘아기방치’ 이웃 신고
통합사례관리 가동, 아기 분리ㆍ치료 신속 대응

[시정일보]금천구 시흥5동(동장 지상학)에서 이웃의 관심과 찾동(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의 신속한 대응으로 위기에 처했던 어린 생명을 구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알콜중독 환자인 산모에게서 태어나 방치된 아기를 구출해 치료하고 산모도 알콜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사건은 지난 3월7일 시흥5동 주민센터 복지담당에게 한 주민의 긴박한 신고 전화가 걸려오면서 시작됐다. 자신의 집 세입자가 며칠 전 집에서 아기를 출산하고 방치해 아기의 안전이 위태롭다는 것.

시흥5동 김찬수 복지1팀장과 김은희 복지플래너는 즉시 현장을 찾아 확인했다. 그 결과 산모는 술에 취해 있었으며, 방에는 젖병이나 기저귀 등 아기를 위한 물건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기 아버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청의 지원을 거절하는 등 설득이 불가능했다.

김찬수 팀장과 김은희 주무관은 아기의 건강을 위해 긴급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 상황을 신고했다. 하지만 아기에 대한 학대 증거가 불충분해 부모와 아기의 분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기관에서는 산모의 알콜중독 증세와 생활여건을 볼 때 아기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시흥5동은 즉시 내부사례회의와 통합사례회의를 개최해 아기의 상태를 지속 확인할 수 있도록 동 주민센터, 구청, 경찰서, 이웃주민이 협력하기로 했다.

우선 이 가정을 서울형 긴급지원 대상자로 선정해 50만원 상당의 아기용품을 지원하고, 통합사례대상자로 지정해 간호사가 아기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청 사례관리사와 통장이 정기적으로 가정방문을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던 3월30일 정기 가정방문에서 사례관리사와 간호사가 만취 상태의 산모를 다시 발견하게 됐다. 시흥5동은 이 상황을 즉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으며, 마침내 부모와 아기를 분리조치할 수 있었다.

시흥5동에 따르면 아기는 뒤통수 골절, 심장비대증, 결막염 등에 대한 치료를 받고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현재 퇴원 후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한 상태다. 하지만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금천구청은 아기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아기의 엄마는 알콜중독치료기관에 입소해 치료를 받게 됐다. 아기 아버지는 아동방임으로 고발당해 현재 금천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찬수 팀장은 “검진 결과 아기의 상태가 좋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며 “조금만 더 일찍 조치를 취해 검진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지상학 동장은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최우선적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주민의 안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민들도 주변 위기가구를 발견하면 동 주민센터에 적극적으로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