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차게 되면 더하는 것을 꺼려
가득차게 되면 더하는 것을 꺼려
  • 시정일보
  • 승인 2005.06.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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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居盈滿者(거영만자)는 如水之將溢未溢(여수지장일미일)하니 切忌再加一滴(절기재가일적)하며 處危急者(처위급자)는 如木之將折未折(여목지장절미절)하니 切忌再加一溺(절기재가일닉)이니라.”
이 말은 ‘가득찬 곳에 있는 사람은 마치 물이 넘칠 듯 말 듯 함과 같아서 다시 한 방울 물이라도 더하는 것을 꺼려한다. 위급한 곳에 있는 사람은 마치 나무가 꺽일 듯 말 듯 함과 같아서 조금이라도 더 건드리는 것을 꺼려한다’는 의미이다.
일찍이 대영국사를 저작했던 영국의 철학자이며 역사가였던 데이비드 흄은 만년에 이르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자 대영국사의 속편을 좀처럼 쓸 수가 없게 되었다.
그의 집필을 권하며 격려하는 친구들에게 그는 언제나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 내가 집필을 계속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네가지가 있다. 첫째 나는 너무 늙었고 둘째 나는 너무 살이 쪘어. 셋째 나는 너무 게을러졌고, 그리고 나는 돈이 너무 많단 말이야. 흄이야 말로 너무 차버린 것이다. 부귀와 명성이 한데 어우러져서 이윽고 포만의 상태에까지 와버린 것이다. 그는 그 자신이 가득차게 됨으로써 늙음을 앞당겼고 그리고 비만을 불러들였다. 그 자신이 더할 수 없이 가득차게 됨으로써 게을러졌고 그리고 엄청난 부에 짓눌려 버린 것이다. 가득찬 곳에 한방울의 물도 더 담기가 싫어졌던 것이다.
포만한 삶 자체가 악덕이다. 게으름은 더욱 냄새나는 악덕이다. 마침내 그악덕의 무리들이 떼지어 그 사람을 잡아먹게 된다. 참으로 가득찬다는 것은 메마르기 직전의 상황일 뿐이다.
작금의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지방의원 유급화와 기초의원 정당공천 허용 결정을 보면서 우리는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어느날 여야가 선명성경쟁을 하다보니 정쟁의 산물로써 탄생한 것이 지방자치가 되어버렸다. 지방자치에 대해 손질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광역·기초의 일원화문제를 비롯 의원정수와 권한, 책임, 예산문제 등 거의 전부분에 대해 먼저 손질을 한 후 지방자치자체를 운운했으면 한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장도 공천에서 배제하는 문제들이 심심찮게 나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결국은 지방의원들을 국회의원의 지역조직책으로 전락시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진정 이나라의 풀뿌리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숙고해 당리당략이 아닌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룰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