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시청문회, 정략의 대결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사설/상시청문회, 정략의 대결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6.05.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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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활성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돼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미국 의회처럼 상임위별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국회 상임위는 인사청문회나 법률 제정 심사에 필요한 청문회만 개최할 수 있었는데 이번 개정안은 상임위차원에서 소관 현안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반수 의결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원칙적으로 청문회의 활성화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중요한 현안을 직접 점검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청문회가 수시로 신속히 열리면 정국 현안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풀 기회가 더 많아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반영하고 피상적인 국정감사를 보완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특히 정치권력이나 사법 권력이 연루된 대규모 권력형 비리의 신속한 규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상시 청문회는 운영 여하에 따라 절제되지 않고 남발할 경우 독이 돼 입법 독재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청문회는 진상규명보다는 특정 인물 망신 주기, 고성과 삿대질, 일방통행 식 문답 등 여야 당리당략과 정략의 대결장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개별 쟁점마다 청문회를 열어 정치적 파상공세를 일삼는다면 또 다른 정쟁의 장이 되고 국정 발목잡기 등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

여야 합의가 없어도 상임위 차원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일 년 내내 어떤 사안이든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것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넘어 갑질로 보여 질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삼권분립을 파괴하며 행정부를 입법부의 통제 하에 두고 위에서 군림하겠다는 것으로도 비쳐질 수 있다.

물리적인 국회를 막겠다고 도입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결국은 식물국회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으며 국회 자체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되며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은 19대 국회의 모습을 우리는 생생하게 목격했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국회 본연의 권한이며 의무다.

상시 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야당의 자제가 전제돼야 하며 청문회가 남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 소관 현안이라는 것은 너무 광범위해 모든 게 다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국민들의 알권리와 진실 규명이 꼭 필요한 사안만을 대상으로 삼아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청문회로 소모적 정쟁이 일으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