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스스로 만드는 마을 ‘답을 찾다’
주민 스스로 만드는 마을 ‘답을 찾다’
  • 이승열
  • 승인 2016.06.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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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동장 1호’ 황석연 금천구 독산4동장
   
▲ 황석연 독산4동장(오른쪽)이 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뜬구름 다방’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시정일보]독산4동 주민센터 입구에는 ‘우리는 반드시 답을 찾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쓰인 이미지가 붙어 있다. 이는 황석연 독산4동장이 세운 독산4동의 캠페인이자 운영원리다.


황 동장은 이 캠페인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마을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다. 쓰레기문제, 주차문제, 교육문제일 수도 있고 밤길이 두려울 수도 있다. 이는 바깥에 사는 사람,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이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 모든 문제를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예산도 많이 든다. 따라서 해결 원리로 주민이 등장한다. 주민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며 서로를 돕는 것이다.


행정은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고 최소한의 도움을 준다. 동장은 동장실을 없애고 대신 다방을 만들어 커피를 갈고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의 문제를 발견해 해결책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반드시 답을 찾을 것이다’는 그러한 의미의 슬로건이다. 황 동장은 부임 후 5개월 동안 이렇게 ‘주민들의 문제’를 찾는 데 충실해 왔다. 황 동장이 주민센터에 만든 다방의 이름은 ‘뜬구름 다방’이다. 이는 그가 나중에 동장의 임기를 마치고 쓰고 싶은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최초의 민간인 동장
황석연(49) 독산4동장은 올해 1월 부임한 최초의 민간인 출신 동장이다. 지난 12월 금천구의 공모에서 최종 선정됐다. 일간지 기자 출신이며 부임 직전에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서울혁신파크는 서울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혁신가들을 모으고 머리를 맞댈 수 있게 제공한 리빙랩(living lab) 같은 곳이다. 황 동장은 “서울의 문제 1000개가 있고 그 문제를 고치는 데 2억원씩 든다면 총 2000억원을 들여 주민들로 하여금 그 문제들을 해결하게 함으로써 서울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문제의 발견 △주민의 등장 △공간의 변화를 차례로 이끌어내는 것이 혁신파크의 원리이다. 황 동장은 이와 같은 ‘혁신’을 동 단위에서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로 독산4동장에 지원했다.

슈퍼히어로
독산4동은 지금 ‘우리동네 슈퍼히어로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주민자치위원과 마을기금운영위원 약간명을 모집하고 있다.


슈퍼히어로는 동네의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는 주민을 의미한다. 서울혁신파크의 혁신가 같은 역할이다. 예컨대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는 문제라면, 몇 명의 엄마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그들이 앞장서 동네의 엄마들과 함께 마을 전체의 아이들을 잘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독산4동 2만명의 주민들 중에서 대표성을 지니고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슈퍼히어로다.


독산4동의 슈퍼히어로는 주민자치위원, 마을기금운영위원, 도시광부, 마을정원사, 마을보안관, 마을뮤지션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황 동장은 “슈퍼히어로들의 활동을 위해 공간과 예산을 지원하고 비현실적인 구상에 대해 약간의 태클을 걸어주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변화를 이끄는 역할
황 동장은 얼마 전 열린 지역 지구대 치안회의에서 ‘골목길 달리기대회’를 제안했다. 동네의 위험한 골목길을 걷기 또는 달리기 대회의 코스에 넣어, 위험한 골목길을 순찰하게 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마을을 만드는 계기가 되게끔 하자는 취지다. 그는 이렇게 조금씩 주민과 동네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황 동장은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다. “딱 2년의 임기만 채우겠다고 직원들에게 얘기했다. 민간인 동장으로서의 제 임무는 공무원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변화를 주라는 것이다. 오직 그것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전국 최초 민간인 동장의 포부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