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친절왕 비밀병기는 ‘빨간 돼지’
5년 연속 친절왕 비밀병기는 ‘빨간 돼지’
  • 李周映
  • 승인 2016.07.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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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이웃돕기 성금’ 쾌척, 투병중인 동료가족도 도와
   
▲ 도봉구 안전치수과 직원들과 김문환 과장이 빨간돼지를 들고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돼지 잡는 날이면 김 과장은 간식파티를 열고 한 해 동안 돼지 밥을 많이 준 직원을 위로하고 함께 웃으며 작은 뒷풀이도 갖는다.

[시정일보]도봉구청 15층 안전치수과에는 빨간돼지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돼지 몸에 오타 3000원, 숫자 오타 5000원, 전화불친절 10000원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빨간돼지는 지금의 안전치수과가 방재치수과이던 시절 김문환 과장이 과에 부임하고 만든 직원들의 실수 저금통이다.

처음 이 빨간돼지가 과에 자리 잡게 된 계기는 구청으로 발송돼 온 외부기관의 중요문서 등에서 오타 실수가 잦은 점에서 시작됐다. 이를 본 김 과장은 안전치수과는 사업을 진행하는 부서의 특성상 작은 오타 하나, 숫자 하나가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모두가 한 번 더 챙기고, 신경써보자는 의미에서 빨간돼지를 들이게 됐다.

김문환 과장은 “안전치수과는 재난안전에서부터 풍수해, 하천관리, 하수관리, 지하수관리, 기전시설 관리까지 챙겨야할 일이 유독 많은 부서중 하나이다. 그만큼 직원들도 하나같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작은 실수로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구청장님은 ‘조직이 잘되기 위해서는 팀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직원들간의 화합을 강조하시지만 우리 과 같은 사업부서에서는 업무에 실수가 발생하면 안된다. 그렇기에 우리 과에서만큼은 직원들에게 무엇보다 업무 집중을 일순위에 둘 것을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분위기가 경직될 수 있다. 다들 성인인데 실수를 붙잡고 계속 지적하는 것보다는 빨간돼지를 통해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언짢은 상황을 만들지 않을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부서의 모든 직원들이 이 빨간돼지에 예스를 외친 것은 아니었다. ‘금액이 높다’는 의견에서부터 실수가 잦은 직원들은 꽤 많은 지폐를 돼지 뱃 속으로 넣어야 했다.

하지만 2년여 동안의 안전치수과 업무를 마무리하고 타부서로 이동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공문서를 작성하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한 번 더 점검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는 등 개인적으로도 좋은 발전이 됐다는 말을 더 많이 남겼다.

빨간돼지 효과는 이뿐이 아니다.

매달 내부적으로 평가되는 전화친절도에서 안전치수과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1등, 2등을 놓친 적이 없다. 이례적으로 5년 연속 1등과 2등을 이어온 것에 대해 한 감사담당관은 안전치수과를 찾아 도대체 비결이 뭐냐고 묻는 일까지 있었다.

친절도 습관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고 어색했던 친절도 계속해서 반복해 이어가다보면 자연스레 몸에 배면서 하나의 습관이 된다.

처음 빨간돼지를 계기로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했던 몇몇 행동들은 이제 안전치수과를 거쳐가는 직원들에게 좋은 습관으로 하나씩 몸에 새겨지게 되는 것 같다.

김문환 과장은 “돼지가 너무 포동포동 살이 쪄도 업무적으로는 고민이고, 너무 밥을 안줘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며 웃었다.

이렇게 일년 동안 살찌운 돼지는 연말이면 부서에서 수상한 몇몇 인센티브를 더해 불우이웃을 돕는데 보탠다.

최근엔 8월 부서 내 재난안전팀이 재난안전과로 분리돼 연말이 안됐지만 미리 돼지를 잡았다. 이날 잡은 돼지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투병중인 가족이 있는 부서 직원에게 전달해 따뜻한 마음을 더했다.

올 연말 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김문환 과장과 이 빨간돼지가 도봉구청 안전치수과에 남긴 것은 실수벌금만은 아닐 것이다.

업무적인 꼼꼼함과 친절함은 물론 서로를 살피고 돌보는 마음까지 빨간돼지 한 마리가 남기고 간 많은 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