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고령화의 그늘, 老老간병이 무섭다
<시정칼럼>고령화의 그늘, 老老간병이 무섭다
  • 시정일보
  • 승인 2016.08.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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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60대 자녀가 80대 부모를 간병하는 사회.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이른바 '노노(老老)간병'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건강수명(73세) 대비 평균수명(82.3세)이 10년쯤 늘어나면서, 고령자(자녀 혹은 배우자)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부모 혹은 배우자)를 간병하는 가정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니 70대 노인이 90대 노부모를 간병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노간병 시대가 온 것이다.

노노(老老)가정은 최근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핵가족화 되면서 노부부 둘이 사는 가정은 이제 일반화됐다. 최근 들어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간병살인’과 ‘간병자살’도 대부분 노노간병의 결과들이다. 기약 없는 노노간병 말로의 사례를 보자.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에서 75세 남자노인이 아내를 살해한 후 자살하고, 올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이모 노인(78)이 부인을 죽인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노부부간 ‘노노간병’ 뿐만 아니라 간병을 맡은 아들이나 딸이 부모를 학대, 살해하는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비인륜적인 ‘가족 살인’이 늘고 있는 것이 고령화 사회의 현실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 건수가 이미 600여건을 상회했다.

노노가정은 빛보다는 그림자가 짙다. 나이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기에 외로움, 소외감, 상실감 등이 우울증으로 깊어질 수 있고 자살 또는 살해-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가족 중 한 명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병을 앓게 되는 등 노노가정에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라도 생기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노인이 몸이 아픈 노인을 간호해야 하는데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도 힘든 노인이 다른 노인을 보살피는 일은 버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양 부담에 병 수발의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따라서 간호를 받는 노인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기 힘들고 간호를 하는 노인도 더 쉽게 지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직면하는 현실이다..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병원비 급증, 노인 부부간의 갈등, 결코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우리 현실로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특히 본인 건강을 챙기기도 쉽지 않은 나이에 일상을 간병인으로 지내야 한다면 이로 인한 고민이나 스트레스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약 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죽을 때까지 일에 허덕이지만 소득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최근 노인요양시설이 늘어나면서 몸이 불편한 고령층의 입주가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정에서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는 노인들이 많다. 100세 시대에 맞춰 인생 설계를 하더라도 피치 못할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노인의료 및 복지시스템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간병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노력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부모는 사전에 가족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간병인과 간병방법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은 물론, 혹여 발생할 수 있는 간병상황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노부부 가정, 노노부양 가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황혼 자살, 노노학대 등 사회적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노부부는 스스로 돌보며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을 챙기고, 자녀는 부모에게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노인간병 프로그램,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의료 및 사회복지제도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국가적으로 간병 문제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준비가 필요할 때임을 빨리 인식했으면 한다.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 교수)